전염병 돌기 시작한 우크라이나 ‘폐허 도시’ 마리우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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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폐허가 된 마리우폴의 거리를 한 시민이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콜레라 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우크라이나측이 밝혔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당국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상하수도 시스템이 망가진 데다, 각종 병균들이 식수원으로 흘러들어가 전염병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에 따르면 페트로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TV와의 인터뷰에서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더미가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이 콜레라와 이질, 기타 질병에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자와 감시자들 사이에서 ‘콜레라’라는 단어가 점점 더 많이 들리고 있다”며 “이미 전염병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시신과 쓰레기 더미에 식수 오염”
시장 보좌관 TV 인터뷰서 밝혀
당국자들 간 ‘콜레라’ 단어 회자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리우폴의 거의 모든 마당에서 자연스럽게 매장이 진행되고 있다. 수백 개의 고층 건물 잔해 밑에서 시신들이 썩고 있다”며 “이것이 공기 중에 떠 다니는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WP에 날씨가 더워지고 전쟁이 장기화되면 군인과 민간인 모두 전염병에 노출될 수 있으며, 당국이 러시아에 맞서면서 동시에 질병에도 맞서야 하는 국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당국은 지난 1일부터 콜레라 의심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전염병으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오염된 물과 음식에 취약한데, 마리우폴은 수십일 간의 치열한 전투로 상하수도와 의료 시설 등 인프라가 파괴됐고 시신들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며, 기껏해야 이틀에 한 번 꼴로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안드류셴코 보좌관은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발병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에 콜레라 백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거리엔 습지가 있고 하수와 식수가 섞이고 있다”며 “이것은 엄청난 위험이다. 콜레라를 비롯한 많은 감염에 위험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동부 지역이 어렵다.(러시아군이)더 많고 강력하다”면서도 동부 최대 격전지 세베로도네츠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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