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 구성 협상 파행, 국회 멈춰 세우겠다는 건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착수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착수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공백 사태가 길어질 조짐이다. 21대 전반기 국회 임기는 지난달 30일 0시 종료됐다. 그런데 아직 의장단조차 선출하지 못했다. 국회법에는 늦어도 직전 의장단 임기 만료일 5일 전에는 새 의장단을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법을 세워야 할 국회가 스스로 법을 무시한 셈이다. 의장단만이 아니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상임위원회도 온전히 꾸리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일 원 구성 협상 물꼬를 트겠다며 회동을 가졌으나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여야가 어쩌자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랏일이야 어찌 되든 자신들의 이익부터 챙기겠다는 심보 아닌가.

여야, 법사위원장 놓고 기싸움

당장 전향적인 협상에 나서야

국회의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이미 국정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닥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그렇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임박한 대입 수능 같은 학사 운영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며,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지금 방역대책은 또 어쩌라는 것인가. 그들만이 아니다.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도 남아 있다. 음주운전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이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장관으로 직행할 판이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여야가 이러는지 모르겠다.

백척간두라고 할 만치 심각한 위기 상황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북한은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조만간 핵실험까지 강행할 태세고, 그에 맞서 미국은 주일미군기지에 최신 전투기를 대대적으로 배치하는 등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북·미의 강대강 대치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우리나라도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처럼 안보·경제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데도 여야가 한가하게 당리당략의 기싸움을 벌이며 열흘 넘게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원 구성 협상이 파행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여야는 서로 상대 탓을 할 뿐 협상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여당은 야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 야당은 여당에 의장단부터 먼저 꾸리자며 버틴다. 국회가 멈춰 서고 말고는 나 몰라라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정상화해 나라 안팎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도 모자랄 판인데 이처럼 민망한 행태만 보이고 있으니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 여야의 행태는 말 그대로 직무유기다. 국민을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전향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 양보와 타협 없는 아집과 독주의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분명히 드러난 바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