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조짐, 부산항 마비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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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8일 부산항 감만부두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인 8일 부산항 감만부두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8일로 이틀째를 맞은 화물연대 총파업의 장기화 조짐이 우려스럽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화물연대 측도 갈수록 투쟁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부산에서는 화물연대가 경찰의 노조원 연행에 항의하면서 경찰서 입구를 점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고된 총파업에 대비한 결과로 초반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시멘트, 타이어, 철강, 자동차 등 수송에 차질을 빚는 품목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내수·수출·수입 연쇄 피해 우려

정부 대화 문 열고 대책 마련을


부산항 부두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둔 비율)은 평균 70~80%대로 평소보다 높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항만에 컨테이너가 쌓이거나 화물 이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물류 마비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국내 대부분의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의 터미널 운영사들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부두에 쌓인 컨테이너가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장치율이 높아지면 피해가 항만 운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수 판매, 수출, 원재료 수입 등 피해는 연쇄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최근 유가와 곡물가 등 수입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부산항 마비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로 인한 물류대란은 국내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도 법과 원칙만 내세우지 말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는 화물연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올해 말 폐지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계속 유지해 화물 노동자들이 적정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한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기사가 낮은 운임 탓에 과로나 과속에 내몰려 사고를 내는 것을 줄이고자 2020년에 도입됐다. 도입 취지에 대한 어느 정도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2028원으로, 1년 전인 작년 6월 평균 1374원보다 47.6% 상승했다. 안전운임제가 유지되면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유가가 급등해도 화물 기사의 수입이 줄지 않게 된다.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었는데 줬던 안전운임제까지 뺏으려고 드니 생계 위협에 내몰린 화물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부산항 마비 사태만큼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강대강’ 대결로 맞서면 당장의 피해는 부산항이 보고 나아가 국가 경제까지 흔들리게 된다. 안전운임제가 일몰 시한을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노동·사회·종교단체 관계자들도 일제히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속히 대화에 나서고, 국회는 입법 논의를 서둘러라. 부산항의 마비는 한국 경제의 몸살로 이어진다. 부산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수송대책을 세우고 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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