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3번째 유상증자 눈앞… 부산 주주사 “조건 없는 참여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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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의 유상증자를 한 달여 앞두고 그 성공 여부에 항공업계는 물론 지역 상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증자 참여를 확정한 만큼 부산 주주사들의 동참 여부가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2020년 이래 3번이나 반복되는 유상증자에 지친 부산 주주사들은 ‘이번에는 무조건 참여할 수 없다’며 ‘경영 참여’ 등을 증자 참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12일 에어부산 등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다음달부터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현재의 3분의 1로 줄인 후, 이어 신주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다는 의중이다. 신주의 예정발행가는 4600원으로 총 2001억원 규모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자로 잠식률을 낮춘 뒤 자본을 확충하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의 1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65.6%, 부채비율은 1431.5%다.

아시아나 지난달 증자 참여 확정
지역 기업 참여 여부가 흥행 관건
“이사회 등 경영 참여 보장돼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일찌감치 유증 참여를 결정했다. 참여 규모는 기존 주식 보유 비중까지로 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주식의 42.83%를 보유하고 있다. 이 비중대로라면 815억원을 출자해 신주 1770만 9652주를 취득하게 된다.

관심이 쏠리는 곳은 아시아나항공 다음으로 주식 비중이 높은 부산 기업들의 참여 여부다. 현재 부산시를 포함해 서원홀딩스, 동일홀딩스, 부산은행 등 부산 상공계가 가진 지분은 16.8%다.

일단 부산시는 유증에 참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합병과 함께 추진될 자회사(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의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를 부산으로 유치하려는 부산시로선 현재 에어부산의 위기를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처지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항공산업을 위해서라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다만 추경 편성 등 새로 출범하는 시의회와의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부산시를 제외한 부산 주주 기업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년 새 3번이나 되풀이되는 유상증자를 무작정 받아들일 순 없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은 이번 유증 계획에 앞서 2020년 12월과 지난해 9월에도 각각 유증으로 836억원과 2271억원을 모은 바 있다.

A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유증 당시 ‘이번 유증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유증을 계획하고 있다”며 “지난해 유증 당시 객관적인 평가나 경영 계획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 참여 확대 등 부산 기업들의 에어부산 경영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한 부산 기업의 ‘무조건적인 유증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상공계 역시 이러한 주장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상공인은 “다른 LCC에 비해 유독 에어부산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현 상황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는 부산 상공인들이 많다”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 없이 부산 상공인들의 유증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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