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고에 물류 마비까지, 경제 사령탑은 뭐 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2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98년 9월(9.3%) 이후 거의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12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98년 9월(9.3%) 이후 거의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속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국민 관심을 집중시키며 온갖 이슈를 집어삼킨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끝내고 보니 눈앞에 닥친 암울한 현실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나 올랐다.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이 같은 물가 통계가 나온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위기 태풍에 들어왔다”고 걱정했을 정도다. 국내외 악재가 많아 6월이나 7월에는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총력 대응이 필요한 초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복합적 경제 위기에 직면, 전망도 암울

정부·여당 총력 대처와 야당 협조 절실


국내 물가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공급망 차질로 인한 유가·원자잿값 상승, 미국 금리 인상과 긴축,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봉쇄 등 다양한 대외적 악재가 겹쳐 작용한 결과다. 세계 에너지와 곡물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자 국민과 기업의 피해가 엄청나다.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각종 가공식품과 채소류, 외식 물가도 줄줄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 바람에 저소득층의 생계유지가 힘들고 서민 가계도 말이 아닐 만큼 어려워졌다. 지역·골목상권 자영업자들 역시 고물가로 경영난에 처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등 민생 경제가 붕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쁜 상황은 이뿐만 아니다. 4월 국내의 생산·소비·투자 모두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두 달째 무역적자가 생겨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 경고음마저 울리고 있다. 게다가 고유가 여파로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지난 7일부터 안전운임제 유지를 촉구하며 총파업을 벌이면서 부산항 마비와 물류대란 조짐을 보인다. 파업 장기화는 국가적 경제난과 민생고를 심화하는 사태여서 노·사·정 간 조속한 해결이 요구된다. 이처럼 복합적으로 불안한 현실은 한국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그런데도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사령탑이 총체적 위기를 해소할 속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최근 세계은행(WB)이 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2.9%로 내리며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까지 경고한 상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고물가·고유가에 취약한 우리로서는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당국과 정부·여당이 머리를 맞대고 총력 대처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때다. 단기적으로 경제·통화당국이 잘 협의해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에 힘쓰는 가운데 규제 개혁,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잠재 성장률을 제고하며 탈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여야 협치가 절실하다. 야당이 초당적으로 정부·여당에 힘을 보태야 경제 위기 극복을 앞당길 수 있다. 경제와 민생의 안정이 먼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