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 형제복지원 피해자 “친오빠 이창근·친부모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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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캐나다 국적 여성 ‘주례 알렉산드라 매티슨’ 씨. 기록상 그는 1978년 5월 2일에 태어나 올해 44세지만, 정확한 생년월일은 확신할 수 없다. 한국어도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 6살 때인 1984년 11월 부산의 덕성보육원에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소도시로 입양됐기 때문이다. 매티슨 씨는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그곳을 자신의 집으로 느낄 수 없어 세계 여러 곳을 떠돌다가 7년 전부터 홍콩에 정착했다. 그리고 지난해 그에게 분명한 목적이 생겼다. 한국에 있을지도 모를 친부모와 오빠를 찾는 것이다.

한국계 캐나다 국적 매티슨 씨
6살 때 경찰에 붙잡혀 입소
7개월 감금 후 온타리오주 입양
지난해 족보찾기 플랫폼 통해
벨기에 입양 두 남동생은 상봉
남은 혈육 찾아 본보와 인터뷰

2016년 홍콩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던 매티슨 씨는 인생을 통째로 뒤흔드는 사실을 접한다. 그해 9월의 어느날 그를 찾은 미국의 AP통신 기자가 전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그가 덕성보육원 이전에 살인, 고문, 성폭행 등 최악의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부산 형제복지원에 있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 ‘주례’를 형제복지원 원장이 지었다는 기록도 있는데, 희생자들의 증언에 비춰본다면 형제복지원이 있었던 부산 북구(현재 사상구) 주례동에서 따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매티슨 씨는 자신의 입양 과정이 불법으로 얼룩져 있음을 직감하고 치를 떨었다.

는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매티슨 씨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형제복지원에 감금됐다가 해외에 입양된 피해자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져 형제복지원에 7개월간 감금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인생의 첫 번째 변곡점이었다. 두 번째는 지난해 찾아왔다. DNA 기록을 통한 족보 찾기 플랫폼 ‘마이헤리티지’를 통해 벨기에에 입양된 두 남동생과 극적으로 상봉한 것이다.

매티슨 씨는 “내게 형제가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고, 남동생 2명이 벨기에의 한 집에서 같이 자랐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40년 넘게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라는 생각에 굴복하며 살아오다 직계 가족을 만나는 경험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남동생들의 기록에 따르면 둘은 1982년 8월에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에서 발견돼 수원시 경동원으로 인계됐고, 이후 벨기에로 입양됐다. 이들 외에 매티슨 씨 손위 남자 형제 한 명이 더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름은 ‘이창근’이고 당시 7세였다. 이창근 씨는 안양에 있는 안양보육원에 입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입양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매티슨 씨는 현재 국내에 있을지도 모를 이창근 씨와 친부모를 애타게 찾고 있다.

그렇다면 매티슨 씨는 형제복지원에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것일까. 그의 형제복지원 기록을 보면 “주례동 일대를 배회하던 것을 1982년 11월 23일, 주례 2파출소 의뢰로 본원에 일시 보호된 아동”으로 적혀 있다. 그는 당시 너무 어려 정확한 자초지종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세운 ‘가설’은 이렇다.

매티슨 씨는 부모, 세 형제와 경기도 안양시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형제복지원에 들어가기 3개월 전에 오빠와 남동생 2명이 먼저 사라졌다. 부모는 혼비백산이 돼 아들 셋을 찾으러 돌아다녔을 것이다. 이 때문에 매티슨 씨는 홀로 부산의 친척집에 맡겨졌고, 친척집과 가까운 곳에 심부름을 가거나 놀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혀 형제복지원으로 넘겨졌을 것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매티슨 씨는 지난달 부산시 형제복지원 피해자종합지원센터를 통해 형제복지원과 덕성보육원이 생산한 자신의 기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친부모나 오빠를 찾는 데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가 와 접촉한 이유도 가족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네 살 아이였던 내가 형제복지원에 잡혀 들어갔던 1982년 11월, 캐나다로 입양된 1984년 11월, 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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