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학과 정원 확대, 지방대부터 우선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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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첨단학과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나서 지역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수도권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그 시행령에서 수도권 초집중화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를 완화하면 새 정부가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 온 정책 기조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직접 나서 수차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 왔는데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들고 나와 지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실망을 안기고 있다.


반도체학과 증원 수도권 쏠림 심화

고사 위기 지역 대학 살리기가 먼저


이번 사안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첨단산업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얽매이지 말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의 질책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수도권 첨단학과 증원을 추진하고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2일 수도권과 지역 대학의 첨단학과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은 신입생 모집 기준으로 수도권이 744명이고 지방이 638명으로 1382명인데 향후 10년간 반도체 부족 인력이 3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첨단학과 증원이 대학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데 있다.

부산경실련 등 영남·호남·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및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추진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수도권 대학에 그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수도권 초집중화와 지방소멸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위기에 빠진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종합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021년 기준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가 4만여 명이었는데 그중 75%가 비수도권 대학에에서 발생했다. 2020년 기준 전국 대학 입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8.2% 줄었는데 서울과 인천은 오히려 늘었다. 이미 지역 대학들은 고사 직전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이 대학이다. 지역 혁신을 위해서는 결국 산업과 인력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지역 대학들이 고사하면 지역 쇠락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정부가 첨단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면 지역 대학을 우선 지원해 인력을 양성하면 된다.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전국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대학이 대학과 지역을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데 새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과 인력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규제 혁신을 수도권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고 지역과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수도권 집중을 불러올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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