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71) 과거 향수 품은 풍경 수채화, 황규응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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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응은 1928년 부산 기장에서 태어나 2004년 작고한 부산의 대표 근대 화가 중 한 사람이다. 70여 년의 화업 기간 동안 풍경화에 매진했던 작가는 자갈치, 을숙도, 영도, 남포동 등 부산 근교의 풍경을 그렸다. 그는 지역의 향토성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내어 보여준다.

황 작가는 미술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그림에 관심을 보였다. 동래 내성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 미술 연구 발표를 도맡아서 진행할 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작가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27년간 형사로 근무하게 되는데, 그 당시에도 개인전을 개최할 정도로 작품 활동에 열정적이었다.

1960년 30대 초반의 작가는 부산 수안동에 위치한 수선화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1970년대에만 총 3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것만 봐도 작가의 작품 발표에 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병상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2004년에 부산 중앙동 피카소화랑에서 마지막 개인전을 가졌다.

황 작가는 몇몇 유화 작품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 숫자가 소수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풍경 수채화이다. 수채화는 물을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상 유화나 아크릴화에 비해 붓의 필치를 남기는데 까다롭다. 물감과 물의 농도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작가는 현장에 직접 나가 스케치하는 것을 고수하였다 한다. 현장감을 화폭에 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화면의 깊이감과 생활 정취가 뿜어내는 감수성을 배가시킨다.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인 ‘닭장’은 1960년작으로 역시 풍경 수채화이다. 전원적 풍경에서 일부를 클로즈업해서 보는 것처럼 폭 50cm 남짓한 화면에 닭장이 가득 채워 그려져 있다. 창살 사이로 닭들이 마치 움직이는 듯 화면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지금은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친숙한 과거 일상의 모습이다.

마치 한편의 풍속화처럼 생활의 면모와 풍경들을 수채로 표현한 황규응의 작품은 과거의 향수와 아련함을 품고 있다. 우측 상단의 창살 너머 보이는 하늘의 색감이 마치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까지도 전달한다. 마치 묵은 시간의 향기가 화면에서 풍기는 듯하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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