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63>너무 예쁘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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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곧 ‘갑, 을, 병, 들이 있더라.’에 대하여 보건대, 만약 거기 있는 사람이 갑, 을, 병, 뿐이거든, “들”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 옳고; 만약 갑, 을, 병, 밖에 또 다른 사람이 있거든, “들”을 써서, 그 밖에 또 사람들이 있음을 나타냄이 옳으니라.’

최현배 선생의 에 나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갑 을 병 정 무’가 있으면 ‘갑 을 병들’로 쓰고 ‘갑 을 병’만 있으면 ‘갑 을 병’으로 쓰라는 얘기. 뜻이 비슷한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글을 만난다.

‘부산의 62개 생활권을 상업형, 산업형, 주거형, 복합형, 녹지형 등 5개 유형으로 나눈 뒤 유형별 파급력이 큰 지역을 시범 구역으로 지정한다.’

이 문장에서 ‘등’이 거슬린다는 독자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써도 잘못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사전)을 보자.

*등(等): 「의존 명사」①(명사나 어미 ‘-는’ 뒤에 쓰여)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울산, 구미, 창원 등과 같은 공업 도시./정치, 군사,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 걸친 개혁./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잘 나타난 대목./강과 도로가 빠져 있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지도.) 「비슷한말」 들, 따위 ②(명사 뒤에 쓰여)두 개 이상의 대상을 열거한 다음에 쓰여,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남부군 사령부의 주최로 거리가 가까운 전남, 전북, 경남 등 3도 유격대의 씨름 선수를 초빙하여 씨름 대회를 열었다.)

이러니 ②에서 보듯이 ‘사과 배 복숭아 등 3가지 과일’로 써도 괜찮다는 얘기다. 뭐, 말은 변할 수도 있으니…. 아래는 1999년에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사전 뜻풀이다.

*너무: 「부사」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너무 크다./너무 늦다./너무 먹다./너무 어렵다./너무 위험하다./너무 조용하다./너무 멀다….

그래서 그동안 ‘너무’는 부정적인 것, 좋지 않은 것, 나쁜 것에만 썼던 것. 한데, 저 뜻풀이가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너무: 「부사」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너무 크다./너무 늦다./너무 어렵다./너무 위험하다./너무 조용하다./너무 멀다./너무 좋다./너무 예쁘다./너무 반갑다….)

즉, 뜻풀이에서 ‘지나치게’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바꾸고 보기글에서도 ‘좋다, 예쁘다, 반갑다’에도 ‘너무’를 쓸 수 있게 길을 터 준 것. 이러니, 누가 “너무 기분이 좋다”고 해도 놀라거나 놀리지 마시길….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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