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비응급환자의 배려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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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장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소방의 자원은 유한하다. 효율적으로 소방자원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긴급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 골든타임을 놓쳐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비응급 출동으로 인해 나와 주변 소중한 사람들이 긴급상황 시 꼭 받아야 하는 119구급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끔찍한가?

“엉덩이가 아프니, 연고 좀 발라주세요” “택시가 안 잡혀요. 구급차 좀 보내주세요” “이가 아파서 그러는데, 구급차 불러주세요”….

작년 부산소방 119구급대에 접수된 출동요청 신고 내용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시국에도 비응급환자 신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서 말하는 비응급환자란 단순 치통?감기, 술에 취한 사람, 만성질환자 검진·입원목적, 병원 간 이송, 자택으로의 이송 요구 등의 환자를 말한다. 만취해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을 정확한 확인 없이 사람이 쓰러져 숨을 쉬고 있지 않다고 119에 신고하거나 외래진료가 예약되어 있다며 병원 이송을 요구하는가 하면 변비, 목기침 환자임에도 과장하여 응급 환자인 양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고가 접수될 경우 구급대를 출동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고내용만으로는 현장상황과 응급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구급대는 현장으로 출동하게 된다.

만약 이로 인해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하는 심정지 등 응급환자 발생 시 비응급환자 출동으로 가까운 구급대가 없어 멀리 위치 하고 있는 구급대가 출동하여 신속하게 현장 응급처치를 못해 자칫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례로 작년 가을 사상구 감전동에서 환자가 발생하였으나, 주변 구급차가 모두 출동 중에 있어 해운대 중동에 위치한 구급차가 출동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물론 환자 본인 입장에서는 지금 자기가 겪고 있는 상황이 자주 접해보지 못한 응급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떤 특별한 응급처치 없이 구급차 이외의 차량을 이용하여 병원으로 갈 수 있다면 응급환자로 보기는 어렵다.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비응급환자의 경우에는 119 의료 상담?약국 안내 서비스를 통하여 치료 가능한 병원 또는 약국을 이용한다면 위급한 응급환자들의 구급차 이용이 더 빨라질 것이다. 또한,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응급의료관리료와 진료비 전액(보험수가 100%)을 환자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지역마다 119구급대의 장비와 인원은 한정되어 있음에도 상당수의 비응급환자와 오인신고 등으로 실제 위급한 환자들이 응급구조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들은 비응급신고를 자제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방력의 낭비를 막고 긴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19구급차를 꼭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시민들의 작은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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