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장사 없다?… 바이든, ‘왕따’시킨다던 사우디와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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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고삐 풀린 유가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사진) 미국 대통령이 ‘가치 외교’ 기조를 접고 ‘실리 외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국제적 왕따’를 만들겠다고 공표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중국산 소비재 등 일부 품목의 고율 관세 인하를 시사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80년간 미국의 전략 파트너”
‘걸프협력회의+3 정상회의’도 참석
고삐 풀린 유가·인플레 해결 목적
중국 소비재 고율 관세 완화도 검토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체제 언론인 암살 문제로 거리를 둬왔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번영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강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3(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다”며 “이곳에서 미국의 안보와 경제, 외교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카운터파트들을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방문 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향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거의 8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사우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그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리더십과 초청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지목되자, 사우디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 때문에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대 사우디 정책 전환 또는 화해의 손짓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의 배경에는 유가 급등을 핵심으로 하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산유 부국인 사우디의 생산 증대 등 도움이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원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세계적 인플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수입산 소비재 등 일부 품목의 고율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관세 해제를 위한 어떤 조치도 지난달 8.6%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지만 정치적 영향은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렌스 H. 서머스는 “관세 인하는 정부가 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박을 비교적 빠르게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미시경제적 또는 구조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정치분석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취임 510일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9.7%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510일째 지지율 41.4%보다 낮았다.

중간선거를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점점 결론짓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와 관련해)점점 더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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