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위원장 맡은 김진홍·경쟁자 모신 장준용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수위 구성으로 본 당선인 스타일

6·1 지방선거에서 권력 교체를 이뤄낸 부산 기초단체장 당선인들이 기존 형식을 탈피한 특별한 인수위원회로 눈길을 끈다. 올해 처음 도입된 공식 인수위의 형식이나 인적 구성을 통해 당선인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올 1월 시행된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민선 8기 당선인는 인수위를 설치하고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무실, 비품, 운영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임한 수영·중·서구 구청장을 뺀 13명의 부산 기초단체장 당선인들도 최근 하나둘 인수위를 출범시키며 청사 입성을 준비 중이다.

동구청장, 위원장 맡아 직접 조율
남구청장, 전 부산 행정부시장 발탁
동래구청장, 경선 상대를 부위원장에
사하구청장, 인수위 구성 않고 내실

그간 기초지자체 차원의 인수위가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지역 정치권과 각 지자체는 새 인수위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여기저기 들리는 이야기만 있지, 새 당선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행정 스타일을 보일지 예측이 어렵다”며 “인수위원 면면, 업무 보고 체제 등으로 이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 동구청장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인수위를 이끈다. 특정 현안을 둘러싼 인수위 내부 잡음을 최소화하고 당선인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부산시의회 부의장, 구의원 등 오랜 의정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오은택 남구청장, 김형찬 강서구청장 당선인은 각각 남다른 인수위 인선으로 ‘협치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오 당선인은 정현민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통상 4급 퇴직 공무원, 전 정치인 등 지역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인사를 선임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정 전 부시장에 대해 오 당선인은 “부산시와 연결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남구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도 이례적으로 6·1 지방선거에서 연임한 박병률·김주홍 현역 구의원을 인수위원에 포함하며 구의회와의 협치 의지를 내비쳤다. 더불어 인수위 차원에서 열악한 지역의 대중교통 인프라, 신시가지 입주 지연 문제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도 구상한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당선인은 3040세대 위주로 인수위를 꾸렸다. 프로덕션 대표, 학부모 회장, 디자인 회사 대표 등 행정 이외 분야 종사자도 다수 섭외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할 예정이다. 또 거부감, 무게감을 없애기 위해 인수위를 ‘3C 위원회’로 부르기로 했다. 3C는 커넥션(연결), 코디네이션(조정), 컬래버레이션(협업)을 뜻한다.

장준용 동래구청장 당선인은 경선 상대였던 정상원 전 예비후보를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장 당선인은 “능력 있고 지역 발전을 함께 고민했던 분으로, 지역 청사진을 두고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원도 의견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 9명 ‘소수정예’로 꾸렸다. 시·군·구 인수위 정원(15명)의 60% 수준이다.

이갑준 사하구청장 당선인은 다른 차원에서 주목을 받는다. 재선 구청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인수위를 꾸리지 않은 것이다. 현안에 익숙한 만큼 단발성 인수위에 행정력을 쏟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유세차 없는 뚜벅이 선거’를 내걸었고 취임식도 설거지,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등 소탈한 리더십을 지향한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인수위는 이제 막 시동 단계”라면서 “향후 어떤 TF를 만들고 어떤 정책을 인수위가 먼저 제안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