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사립대 ‘임금 소송’ 후폭풍… 조교 채용 중단에 “학과장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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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대학이 신입생 감소에 따른 재정난에 따라 긴축 운영에 들어가면서 곳곳에서 교권과 학습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다.

경성대 교수협의회(협의회)는 14일 성명문을 내고 교수, 학생과 협의 없이 조교 제도를 없애고 실습비 삭감을 결정한 대학 측을 비판했다. 협의회는 “총장은 학과 실습비를 65%나 줄이고 조교 채용을 중단하는 등 반교육적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임금체불 기간에도 각종 수당, 업무 추진비를 챙긴 임원은 양심이 있다면 조교 운영과 실습비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소하자 교육비 삭감과 연결
실습비도 65%나 줄이는 만행”
경성대 교수협의회, 학교 규탄
신라대·영산대·동아대도 ‘갈등’

올해 초 경성대는 각 학과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조교의 계약이 만료되면, 이후 조교를 추가로 채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경성대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내 조교는 70명이었고, 올해 66명으로 감소했다. 협의회는 학교의 긴축정책으로 연말이 되면 대부분 학과에서 조교를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학교가 지난해 임금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 부담을 교육비 삭감으로 연결 짓는다고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경성대는 교직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고쳐 임금을 부당하게 동결했다며 교수 120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한 교수는 최근 학과 SNS, 학내 게시판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하며, 조교 제도를 없애면 학과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신병률 교수는 “조교가 사라지면 실습 장비를 관리·감독하는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테니 학생들에게 알리자는 차원에서 글을 남겼다”며 “학내 민주화와 경영 개선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모든 잘못을 교직원한테 돌리는 일은 굉장히 잘못된 행위”라고 말했다. 이 대학 연극영화학부 학생들은 실습비 삭감 등 학습권 침해를 고발하는 내용의 연극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경성대 측은 조교 1명이 여러 학과를 맡는 행정실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라면서 비용 절감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성대 관계자는 “학과를 기반으로 하던 조교 근무처를 통합 행정실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전반적으로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밝혔다.

신입생 감소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부산지역 다른 사립대학도 비용 절감에 나서 학내 곳곳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라대는 지난해 초 경영 악화를 이유로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를 전원 해고했다. 그러나 100일 넘게 농성이 벌어지자 다시 전원을 직접 고용했다. 신라대 관계자는 “재정이 어려워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산대는 몇 년 전부터 퇴직 교수가 발생해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동아대에서도 교수들이 제기한 미지금 임금 청구 소송에 대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신입생 모집인원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라 긴축 경영에 따른 대학 내 갈등은 언제 어디에서 불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부산지역 14개 4년제 대학은 올해 지난해보다 신입생 모집 규모를 737명 줄여 3만 5329명을 뽑는다. 내년에는 962명을 더 줄여 3만 5172명을 모집하게 돼 2년간 1700명 가까이 신입생이 줄게 된다.

손혜림·나웅기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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