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밀라노 운하와 부산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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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선임기자

이탈리아 밀라노를 생각하면 먼저 밀라노 대성당 즉 두오모나 몬테나폴레오네 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아니면 스칼라 오페라 극장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그린 ‘최후의 만찬’을 머리에 그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색적인 관광지가 밀라노에 있다. 바로 나비글리오 그란데 운하다. 밀라노는 로마, 피렌체와는 달리 강 주변에 건설된 도시가 아니다. 바다에 접하지 않은 내륙도시다. 그런데 운하가 있다고? 어떻게?

나비글리오 그란데는 12세기에 만든 인공 운하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 됐다. 밀라노에 운하를 처음 건설한 것은 군사적 목적에서였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바르바로사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였다. 운하를 만들 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한다. 그의 아이디어 덕분에 운하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꾸릴 수 있었다.

밀라노 운하의 전체 길이는 원래 50km였다. 운하는 20세기 들어 대부분 콘크리트로 덮어 자동차길로 만들어버렸다. 그나마 남은 일부 운하 구간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물은 말라버리거나 몹시 더러웠다.

운하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15년 밀라노 엑스포 덕분이었다. 밀라노 시는 행사를 앞두고 나비글리오 그란데 운하를 정비했다. 원래 있던 운하 전체 구간 중에서 극히 일부였다. 이를 계기로 운하 양쪽에는 카페, 식당, 상점이 들어섰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의 바토 무슈 축소판 같은 작은 유람선이 운하에 떠다니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운하는 밀라노 시민에게 달콤한 생활의 활력소로 변신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에도 밀라노 시민들은 틈만 나면 이곳으로 달려갔다.

운하가 인기를 끌자 일부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그 아래에 깔린 운하를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시 교통량을 줄일 수 있고 그에 따라 환경오염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밀라노를 녹색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사업비는 5억 유로 정도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대운하 주변 부지를 팔거나 빌려주면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밀라노 시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주변에 바다도 없고 강도 없으면서 운하를 만든 밀라노를 보면서 부산을 생각한다. 부산은 바다로 둘러싸였고 도시 한가운데로 강이 흐른다. 게다가 바다에서 시내 중심가인 서면으로 이어지는 동천도 있다. 그런데 부산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그냥 묵혀두고 있다. 개발할 의지는커녕 개발해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다. 동천을 보면서 밀라노의 운하가 부러운 것은 비단 기자뿐일까.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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