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촬영을 항상 기대해요. 바다와 산이 있는 영화의 도시라 갈 때마다 설레죠.”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사진·55)는 이렇게 말했다. 김해 출신인 그는 칸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브로커’가 부산에서 촬영돼 더 의미 있다고 했다. 칸에서 돌아와 영화 ‘거미집’ 막바지 촬영을 마친 송강호를 화상으로 만났다.

BIFF서 고레에다 감독과 인연
부산 촬영 덕에 ‘브로커’ 더 의미
한국 콘텐츠 위상 달라져 뿌듯
배우란 직업은 마라토너와 같아

송강호는 올해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에서 배우 부문 최고 영예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어서다. 2006년 영화 ‘괴물’로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은 송강호는 그간 출연작인 영화 ‘밀양’(2007)과 ‘박쥐’(2009) ‘기생충’(2019)의 칸 수상에 일조했다. 이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이번 수상을 “너무 영광스럽고 기쁘다”면서도 “영화라는 건 많은 요소가 뭉쳐 한 작품이 되는 작업이라 제가 대표로 받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제 출품과 수상을 위해 연기하고 연출하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칸에서 돌아온 뒤에도 그는 여전히 “연기하는 배우의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송강호는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중요한 건 관객과의 소통”이라며 “그 과정에 영화제와 수상이 있는 거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칸 수상 이전과 이후의 송강호는 전혀 달라질 게 없어요. 똑같이 촬영장에서 연기하고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다만 주목할만한 건 달라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에요. 올해 칸영화제에서 어딜 가나 우리 콘텐츠를 이야기해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오래 전 부산국제영화제 숙소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인연을 맺은 게 ‘브로커’의 시작이 됐단다. ‘브로커’ 첫 촬영도 부산에서 진행했다. 송강호는 “열흘 정도 부산에서 촬영했다”며 “부산은 영화같은 도시다. 멋진 바다와 산이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촬영갈 때마다 늘 설렌다”고 웃었다.

김해고를 졸업한 그는 부산경상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다 상경해 극단 ‘연우’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송강호는 “칸에서 수상한 이후 고등학교 동창한테 축하 문자를 받았다”며 “고향 분들이 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덤덤하게 걸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멈추지 않는다. 올여름엔 영화 ‘비상선언’ 개봉을 앞두고 있고 ‘거미집’ 촬영도 마쳤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은 긴 레이스의 마라토너와 같다”며 “숨이 찰 땐 천천히 뛰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컨디션이 올라오면 빨리 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목표점이 바뀌진 않을 거예요. 전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연기하는 배우 송강호입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