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드엑스포 제2차 프레젠테이션 관전 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하세봉 시민학자 전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인류가 당면한 전 지구적 과제를 총리, 장관, 시장 혹은 대통령 등 정치인이 세계를 향해 호소하는 자리가 있을까.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류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고 바뀔 것인가. 미래학자, 사상가들은 이 점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그 진단과 처방에 관하여 정치인이 발언한다?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가운데 월드엑스포가 유일하게 그런 자리이다. 정치인 자신들의 숙고는 아닐 터이나, 인류의 미래가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발언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미래학자들의 논의가 사변적이라면, 정치인들은 그 논의를 대중화하고 현실화시킬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14일 월드엑스포위원회(BIE) 제169회 총회 자리에서 2030년 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20일 제2차 PT가 곧 진행된다. 169회 총회에서 후보 도시 5개의 정치가들은 자기 도시가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서 타당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나섰다. PT의 대부분은 개최지로서의 타당함을 역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BIE가 “인류가 당면한 근본적인 도전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점을 서두에서 짧게나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1차 PT에서 후보 도시들은 인류의 당면 과제를 무엇으로 설정했을까. 이 점은 라이브 스트리밍이 예정된 2차 PT의 관전에 참고 된다.

1차 PT에서 모스크바는 분열된 세계를 조화롭게 묶어줄 요소가 문화·과학·기술에서의 ‘진보’라고 간주했다. 안이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 오데사는 미래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mindset)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술은 오늘날 새로운 종교가 되어있다고 간주하고 “인간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를 주된 내러티브로 부각시키려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러시아의 오데사 폭격은 그것을 구체화시킬 기회를 차단했다.

로마는 1차 PT에서 디지털화·기후위기·팬더믹 등의 도전에 인류가 직면해있고, 이들 도전이 전개되는 핵심 공간으로 도시에 주목했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포용적 발전을 이룰 대안으로 도시재생을 엑스포의 핵심 개념으로 제기했다. 고대 이래로 로마가 도시로서 지닌 역사적 개성을 되살려 지구적 과제를 포착한 점은 의미 깊다. 그러나 도시라는 주제는 이미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구현되어서 신선도는 떨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차 PT에서 리야드의 역사에 대한 리야드 시장의 구두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슬람적 세계관이 투영된 보편적인 주제를 기대했으나, 준비되지 못한 발표였다. 부산의 1차 PT는 단연 돋보였다. 주제 ‘세계의 대전환’을 전 지구적 차원-한국-부산으로 연결시켜 논리적인 정합성을 담보하고 다이너믹한 화면의 전개가 좋았다.

다만 부산은 20분 분량의 1차 PT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느낌을 준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 우리에 대하여 지식이 적은 세계인들이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을 따라가며 소화해내기에 버거웠을 법하다. 경쟁 후보도시 로마와 리야드는 부산에 자극을 받아 2차 PT에서는 현란한 화면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차 PT에서 다이내믹한 동영상이 지닐 소구력은 상대적으로 감소된다면, 어떤 대안으로 PT가 진행될까. 이 점도 관전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