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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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경제부장

물가가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에서 조금 벗어난 서민들이 ‘고물가’라는 장막에 다시 갇히고 있다.

올 5월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보다 4.2% 올라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돌았다.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올랐는데 서민의 대표적인 외식 품목인 치킨(6.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물가와 유가 연일 고공 행진
세계 경제 중심국도 인플레
미 금리 인상, 한국도 불가피

서민 고물가·금리 연쇄 피해
주식, 신뢰 기업에 장기 투자
주택, 똘똘한 한 채로 버텨야


주부들은 생닭 가격은 내리는데, 치킨 가격이 오른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닭을 튀기는 기름과 튀김 옷 재료인 곡물의 가격이 최근 2배 넘어 올랐다고 한다.

여기에다 차량 기름값도 연일 춤을 춘다. 올해 들어 L당 2000원을 훌쩍 넘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지난주 2100원을 넘어섰다. 그래서인지 최근 도로에는 통행 차량이 현저히 줄었다. 주변에서 “돈만 있으면 고유가가 승용차 몰기엔 편하지”라는 자조적인 말도 들린다.

여기에 정부가 하반기에 전기 가스 요금을 올린다고 하니, 한번 널뛰기 시작한 물가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인플레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를 공식 집계하는 120개 국가 가운데 91개 국가의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는 나라는 36개에 불과했고, 대부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신흥국과 저개발국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국·프랑스·독일 등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들로 인플레이션이 옮겨붙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 15일(현지 시각) 28년 만에 0.75%포인트(P) 인상해 기준 금리가 1.50~1.75%P가 됐다. 기준 금리가 1.75%P인 한국은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막기 위해 빅스텝(0.5%P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한국의 기준 금리가 올해 말 3.0%에 도달하리라 전망했다.

서민들은 오르는 물가에 1차 피해를 보고, 금리 상승에 따라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금리가 0.5%P 오를 때마다 전체 가계가 20~30조 원의 부담을 진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주택과 금융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3차, 4차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그렇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슬기로운 방법은 없을까?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그의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금리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고 종목마다 폭은 다를 수 있어도 역사적으로 고금리에는 반드시 주식 가격이 하락했다고 코스톨라니는 말했다. 2~3년 뒤에도 ‘이 기업은 반드시 크게 성장할 것이다’라고 믿는 장기투자가 아니라면, 단기 투자를 반복하거나 새롭게 투자하는 것은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도 투자하고 싶다면 1977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밝힌 인플레이션 시대 투자법을 참고할 만하다.

워런 버핏은 이글에서 “인플레이션 세(稅)는 쉽게 자본을 소모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췄다”며 “인플레이션에 맞서 증시를 들락거리며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의 파트너가 아니라 그냥 주식 중개인이 되고 싶다”고 썼다. 그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과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제언했다.

버핏이 설명한 기준에 맞춰 투자한다면 모를까, 대부분 서민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라는 격언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주택의 경우는 주식 보다 아주 복잡하다. 단순히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 때문에 주택 매도 물량이 늘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집값이 내리더라도 ‘내가 살면 되지’라며 버틸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고물가로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 상승한 분양가가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을 견인할 수도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를 감당해낼 수 있는 지역에는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고, 특정 지역에는 아파트 공급이 중단되는 ‘극단적 지역 양극화’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를 고려해볼 때 인플레이션 기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주거를 겸해 버티는 것이 금리와 가격 하락 리스크를 피할 유일한 길이다. 누구나 힘든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았다. “인플레이션은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사람이 만든 것인 만큼 희망은 반드시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로 위안을 삼아 본다.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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