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 지구촌 곳곳 민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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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고 식량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확산하는 등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AFP, EPA 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키토에서는 기예르모 라쏘 정부의 경제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5일째 계속됐다. 시민들은 경찰차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원주민을 중심으로 학생, 노동자들로 이뤄진 시위대는 키토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포함해 전국 곳곳의 도로를 차단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 정부를 거부한다”고 외쳤다.

우크라전쟁에 식량난까지 가중
에콰도르 시민, 경찰차에 불질러
아르헨티나 ‘반정부 시위’ 지속
스리랑카·튀니지·페루까지 도미노
밀 수입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상

지난 13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의 발단은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었다. 에콰도르의 연료 가격은 2020년 이후 2배가량 올랐다. 석유 생산국임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악화된 인플레이션과 실업, 빈곤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휘발유 가격 동결과 소작농들의 대출상환 기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고, 시위대는 1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시위가 격해지자 급기야 라쏘 대통령은 17일 키토를 포함한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6일 아르헨티나에서도 엄청난 물가 상승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아르헨티나는 몇 년째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자 상황이 더 악화됐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올 연말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7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물가 급등, 식량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튀니지, 페루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는 주유소 앞에 줄을 섰던 시민들이 기름이 다 떨어졌다는 공지에 흥분해 주유소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돌을 던졌고, 결국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까지 했다.

이와 관련,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산 밀에 의존하는 국가가 ‘공포스러운 식량 부족’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했다고 19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매년 4억 명을 먹일 만큼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국가지만 전쟁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가뭄 때문에 굶주림에 직면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소말리아의 경우 밀 수입 전부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지하고 이집트는 두 국가로부터 곡물의 80%를 수입한다.

WFP에 따르면 만성적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지난 5년간 6억 5000만 명에서 8억 1000만 명으로 늘었다. 또 굶주림의 전 단계에서 다음 식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처지에 몰린 이들도 같은 기간 8000만 명에서 3억 2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총장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기후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방역 때문에 공급 사슬이 뒤틀렸고 극단적 기상으로 작황이 나빠진 데다 농업 대국의 곡물이 묶이면서 나타난 복합적 재난이라는 얘기다.

WFP는 그간 식량 부족을 겪는 국가에 밀을 공급하는 등 식량 원조를 해왔지만 이마저도 힘들다고 밝혔다. 전쟁 후 국제 사회 지원이 줄고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자금이 부족해지자 원조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중단한 상태라는 것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세계 부유층이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부를 더 많이 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즉시 대응하지 않으면 생지옥을 부를 것”이라며 “최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고 항구를 다시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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