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문 닫고 정쟁·외유 골몰, 세비 받을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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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 원구성 합의 불발로 국회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국회 로텐더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간 원구성 합의 불발로 국회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국회 로텐더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치솟는 기름값에 주유소 가기가 겁이 난다. 항공권 가격도 너무 올라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도 올해는 포기하는 분위기다. 식당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특히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처럼 고통을 받고 있는데 국회는 20일 넘게 문을 안 열고 있다. 게다가 7월 초까지 해외 방문 일정을 계획한 국회의원이 298명 중 54명이나 된다니 분통이 터진다. 미 하원에서 발의된 ‘한반도 평화법’과 관련한 의견 교환, 유럽연합의 ESG 입법 동향 파악, 덴마크형 방역 해제 모델 국내 도입 등 나름대로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큰일을 앞세우는 이들 국회의원에게 후반기 상임위는 어디로 배정받았는지 묻고 싶다.


인사청문회 등 현안 뒷전으로 밀려

경제 위기 상황 고려 협치 나서야


결과적으로 민생 관련 입법 논의와 인사청문회 등 국회 주요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말 많고 탈 많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기한을 이미 넘겼다. 원 구성 협상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지 않는다면 교육부·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창기 국세청장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전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또다시 청문회 없이 이들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 냉각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 이탈까지 우려된다. 국회가 국정 운영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는 딱한 상황이다.

역대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는 야권의 협력을 통해 정국을 풀어 갔다. 아직 취임 초기이지만 새 정부는 기존의 해법을 따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속도를 높였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서도 ‘자진 월북’ 판단을 뒤집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신구 정권의 정면충돌로 비쳐 우려스럽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 진상 규명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이 사법기관을 앞세운 야당 압박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풀려 갈 수가 없다.

지금이 여야가 이러고 있을 때인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시대를 맞아 민생 경제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어렵게 빚을 내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잇따른 금리 인상에 입이 마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전망에 한국의 성장률도 갈수록 낮춰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도발을 하면 국방위도 갖추지 못한 국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최근의 화물연대 파업도 안전운임 일몰제에 대한 국회의 입법 소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처럼 시급하게 풀어야 할 입법 현안이 많은데 일은 안 하고 해외부터 나간다니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다. 쓰나미가 몰려오는 비상시국에 원 구성도 못 하는 국회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회를 열지 않으려면 세비부터 반납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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