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수 매기지 않고 점수 너머의 개인 능력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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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의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수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입제도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한다. 무엇이 청소년을 행복하게 하는 올바른 교육일까. 이에 대한 답을 목수정 작가의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사진)에서 찾았다.

목 작가는 ‘세계인권선언’의 번역자로 누구보다 세계 시민의 인권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쓴 프랑스 교육에 대한 경험담은 많은 이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도록 만들었다.

프랑스 교육은 아이의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는 한국과는 달리 가족의 중심을 부부에 두고 있다. 인생 파트너인 부부 간 사랑의 결실이 아이이며, 아이의 행복 또한 두 사람의 굳건한 사랑을 바탕으로 보장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 프랑스 교육에선 슈바이처·이순신 장군 등 끊임없이 존경하는 인물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한국 교육과는 달리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에도 한두 명의 영웅 서사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이는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이름 없는 시민이라는 인식이 내재돼 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 교육의 또 다른 특징으로 ‘바칼로레아’가 있다. 프랑스에는 학생들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줄세우는 객관식 평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 교육의 목표는 철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생각의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며, 한 인간이자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바칼로레아에 출제되는 문제들은 현 시대 프랑스 사회를 향해 철학자들이 던지는 예민한 질문이기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온 사회가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등수를 매기지 않고 점수 너머 개인이 가진 능력을 찾는 프랑스 교육은 객관적 숫자에 의한 판단을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한국 교육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최적의 교육은 몇몇 특출난 리더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이 제각기 능력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목 작가의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프랑스인들의 주체적인 교육관을 잘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정표라는 생각이다.

박윤지 부산일보 청소년기자(양산남부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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