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날개 단 'K컬처'… 부산 문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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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문화부 차장

역시나였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괴물 신인’ 임윤찬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 시간으로 휴일인 19일 오전 날아든 낭보였다. 이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2017년 열린 제15회 대회에서 선우예권이 우승했으니, 한국인 2연패는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지만 기우에 그쳤다.

2주 전인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첼리스트 최하영이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한 달 사이 열린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그야말로 우리나라가 우승을 휩쓸었다. K팝 열풍에 이어 K클래식까지,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음악의 약진이 돋보인다.

K클래식 주자들, 국제 콩쿠르 낭보
K무비, 칸 영화제서 2편 수상 쾌거
지역 악단 “팔린 표 겨우 30여 장”
‘메이드 인 부산’ 문화 성장 응원을

K클래식 연주자들이 최근 받아든 화려한 성적표는 한층 수준 높아진 우리 음악 교육의 우수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각종 입시와 콩쿠르 등 그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된 우리 연주자들의 실력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어디 K팝, K클래식뿐이겠는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두 편의 우리 영화가 나란히 상을 받는 일도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다. K무비가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예술적 측면에서도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역시 우리 시간으로는 일요일 오전에 전해진 희소식이었다. 프랑스 칸 현지에 미처 가지 못한 문화부 기자들은 현지에 있는 영화계 관계자들과 전화 인터뷰를 하는 등 정신 없는 휴일을 보내야 했다. 평소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후배는 그날 점심도 거른 채 늦은 오후까지 여러 건의 기사를 보내왔다. 후배는 “이렇게 좋은 일로 기사 쓰는 건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하지만 부산 지역 문화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다시 무거운 마음이 든다. K컬처의 비상만큼이나 부산 지역 문화계도 선전하고 있을까? 얼마 전 만난 지역의 한 교향악단 관계자는 “3000만 원을 쏟아부은 지난달 공연에서 팔린 티켓은 겨우 30여 장에 그쳤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그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연주를 경험하고 나면, 누구든 기꺼이 표를 사서 다시 공연장을 찾게 된다”며 질 높은 공연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역의 문화 기관이 미리 잡아 놓은 공연 일정 덕분에 콩쿠르 우승자들의 연주를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첼리스트 최하영의 연주는 오는 9월 14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22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위너스 콘서트 in 부산’에서 첼로 부문 1·2위 수상자가 KNN방송교향악단(지휘 서희태)과 협연하기로 돼 있다.

임윤찬의 신 들린 듯한 피아노 연주는 가까운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오는 10월 7일 들을 수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측이 마련한 ‘광주시립교향악단 with 임윤찬’ 공연에서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선정한 ‘올해의 예술가’로, 오는 11월 2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부산시향 창단 60주년 무대에 설 예정이다. 세계 최정상 연주자들의 음악에 마음을 움직인 관객들이 지역 클래식 음악계에도 더 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라본다.

K무비만큼이나 ‘메이드 인 부산’ 영화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 부산 동서대 영화과 출신 정지혜 감독은 첫 번째 장편영화 ‘정순’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정순’은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부산에서 기획하고 제작, 후반작업까지 마무리한 작품이다. 부산 영도 출신 김민주 감독이 영도에서 촬영한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도 지난달 말 열린 제작 경과 보고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여전히 인력과 장비 등 지역의 영화 제작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작품들이 싹을 틔우고 있다. 이런 지역 영화들의 성과가 우리 영화산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자양분이 되고, 한국영화가 또 한 번의 도약을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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