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바로 살기보다 힘든 바로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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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의학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성의학 분야에서는 정복되지 않은 질병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눈부신 발전에도 빈틈이 있다. 대개 이러한 빈틈에 해당하는 질병들은 치료제 개발이 어렵거나 병에 대한 인식이 낮아 치료 수요가 많지 않은 경우이다. 음경만곡증이 여기에 해당한다.

발기가 되면 음경이 휘어지는 현상을 음경만곡증이라 일컫는다. 이 병을 처음 발견한 프랑스의 의학자 ‘르 페이로니’의 이름을 따서 ‘페이로니병’이라고도 한다. 음경의 피부 안에 있는 ‘백막’이라는 단단한 막에 미세한 충격과 손상이 쌓이고 염증반응이 반복되면서 단단한 결절이 생기게 된다. 발기가 되면 결절이 있는 쪽은 팽창하지 못하게 되어 결절이 있는 방향으로 휘어지게 되고, 환자는 뻐근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결절은 성관계 동안 발기가 유지되지 못하는 정맥성 발기부전을 초래한다.

페이로니병의 위험인자로는 당뇨, 흡연, 고지혈증 등의 만성 질환이 있다. 또 음경 확대술이나 조루증 수술과 같은 시술을 받았거나, 혹은 성행위 도중 음경이 꺾인 적이 있거나, 지나치게 자주 혹은 과격한 자위행위가 원인이 된다. 음경이 휘어지게 되면 질 내 삽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되고, 파트너의 성기에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유병률 조사를 보면 적게는 0.5%에서 많게는 13%까지로 보고되어 있는데 문제는 페이로니병의 치료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먹는 약이 있지만 하루에 20알 이상을 수개월간 복용해야 하므로 위장에 부담을 주지만 효과를 보는 환자는 절반도 안된다. 즉, 약효가 낮다는 것이다.

수술은 가능할까. 딱딱하게 굳은 결절을 제거하고 그 부분에 인조 피부로 덮어주는 방식의 수술이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이 생기거나, 인조 피부의 구축이 일어나 만곡이 다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결절은 그냥 두고 반대편에 흡수되지 않는 단단한 실로 매듭을 지어서 균형을 맞추어 주는 주름법은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수술 후에 음경 길이가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성기능이 강한 남성은 성관계 도중 강한 발기력에 의해 묶어든 매듭의 실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환자에게 부담없이 만족스런 결과를 드릴 만한 치료법이 현재는 전무하다는 뜻이다. 다만 음경의 만곡이 처음 시작할 때 일찍 병원을 방문해서 약물 치료를 받는다면 결절의 크기를 줄이거나, 결절의 성장을 멈출 수 있다.

페이로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발기가 된 자신의 성기를 한번 위에서 쳐다보고 똑바로 섰는지 확인해 본다. 그리고 발기할 때 왠지 모를 뻐근한 통증이 있다면 페이로니병이 발생한다는 징후이다. 성의학 분야의 눈부신 발달로 이제 안서서 고생하는 분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바로 서는 일은 아직도 정복하기가 쉽지 않은 의학계의 난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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