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식수원 미확보 땐 보존 포기”… 반구대암각화 또 잠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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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맑은 물 확보가 안 되면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예고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의 선결 과제인 대구와 경북 구미 간 물 나눔 협약이 기존 단체장들의 낙선으로 원점 회귀하는 상황이어서, 김 당선인의 전략에 따라 정리되는 듯했던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이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6·1지방선거 이후 영남권 정치 지형이 급변하면서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구대 울산 식수원 사연댐 상류에 위치
암각화 보존 위해 정부 수문 건설 등 제안
정작 물관리 방안엔 울산 수량 명시 안 돼
시장 바뀐 대구·구미 물 나눔 협약 무산 위기
김 당선인 인수위 업무보고서 강경 발언

20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암각화 보존의 방향타를 쥔 김두겸 당선인이 지난 17일 열린 인수위원회 문화관광체육국 업무보고에서 “(정부와) 힘겨루기 하겠다. (암각화 보존) 안 된다고 울산 어떻게 되는 것 아니다”라며 “반구대암각화는 대한민국 국보이니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속 정부에 끌려갈 생각이 없다”고 연달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송철호 시장이 추진한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 동시 해결’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발언이다. 김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전반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반면 울산 맑은 물 확보에 미온적인 정부 태도를 자극하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울산시는 정부의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믿고 2025년까지 식수원인 사연댐에 수문 3개를 달아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족한 식수는 대구 취수원인 경북 청도 운문댐 물로 충당하기로 했다.

한데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에는 울산에 운문댐 물을 얼마나 줄지 구체적인 수량을 명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선결 과제인 대구와 경북 구미 간 물 나눔 협약마저 무산될 위기다. 지방선거 이후 협약 당사자인 단체장이 모두 바뀌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진 탓이다.

실제 김장호 구미시장 당선인은 “취수원 공동 이용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 방안 없이 대구에 물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고,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역시 낙동강 물이 아닌 운문댐이나 영천댐 등 댐 물을 대구 시민에게 공급하는 ‘맑은 하이웨이’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와 구미 간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울산으로선 운문댐 물을 한 방울도 가져갈 수 없다.

이에 김 당선인은 “정부가 울산에 대체댐을 만들어주든지 해야지, 더는 세계유산 등재 논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이런 전략적 수정이 결국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도 훨씬 빨리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판을 뒤흔드는 김 당선인의 전략이 자칫 정부와 지자체가 가까스로 이어온 암각화 보존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세계유산 등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김 당선인이 “(사연댐 수문 설치 사업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하면서 울산시의 2025년 세계유산 등재 전략부터 사실상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 선정 심의’에서 반구대암각화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렸다. 사연댐 수문 설치 등 실효성 있는 보존관리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 보류 결정의 가장 큰 이유였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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