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들인 사상구 구립 목욕탕, 운영자 못 구해 5개월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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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 원 예산이 투입된 부산 사상구 구립 목욕탕이 완공 5개월이 지나도록 사업자를 찾지 못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중구 구립 목욕탕도 9차례 입찰 끝에 운영자가 선정돼 공공목욕탕 건립에 앞서 운영 주체나 예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부산 사상구청에 따르면 사상구는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학장동 학마을목욕탕 사용 허가 대상자 선정 입찰 공고를 진행했다. 입찰 공고는 이번이 6번째다. 앞서 올 4월부터 진행된 5차례 입찰 공고는 입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사업자가 구에 납부해야 하는 연간 사용료는 최초 1억 356만 원에서 입찰 회당 10%씩 낮아져 6213만 원으로 떨어졌다.

학장동 ‘학마을목욕탕’ 5회 유찰
사용 허가 대상자 6번째 공고
대중탕 이용률 저조 수익성 낮아
지난해 건립 중구 ‘대청 행복탕’
9회 입찰서 간신히 사업자 선정
“운영주체 사전 검토 필요” 목소리

사상구는 1년 공사 끝에 올 1월 지상 2층, 494.29㎡ 규모 학마을목욕탕을 완공했다. 구비 1억, 시비 10억, 부산도시공사 15억 등 약 26억 원 예산이 투입됐다.

사상구에 따르면 과거 학장동 일대에는 학장공단을 중심으로 10여 개의 목욕탕이 운영됐다. 하지만 점차 목욕탕이 사라져 현재 학마을목욕탕이 있는 구덕터널 인근에는 목욕탕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차를 타고 서구 등으로 ‘원정목욕’을 하기도 했다.

사상구청 측은 목욕탕 입찰에 관한 문의는 있었지만 사용료 부담 탓에 아직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구청이 별도의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 대중목욕탕 이용률이 떨어져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구청은 운영자가 나타날 때까지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부산에서 구비, 시비 등 예산이 투입된 공공목욕탕은 중구, 동구, 금정구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적지않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수익성이 낮은 탓에 사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운영자가 나타나더라도 경영난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구도 지난해 총 35억 원을 들여 ‘대청 행복탕’을 건립했지만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9번째 입찰에서 사업자가 결정됐고, 올 4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구에 내는 연간 사용료는 1억 880만 원에서 3200만 원으로 3분의 1 이상 줄었다.

동구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동구의 공공목욕탕은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동구청이 올해부터 구비를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공공목욕탕을 설립해달라는 요구는 고령 주민이 많거나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올 1월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주민들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은 고령 주민들이 원정 목욕을 가는 상황을 호소하면서 공공목욕탕 건립을 요구했지만 남구청은 예산 문제를 들어 공공목욕탕 신축 대신 기존 공용샤워장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부산 한 구청 관계자는 “공공목욕탕은 지역 특성에 따른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가능성이나 운영 주체 등 사업성 부분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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