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메시지 담은 오페라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부산 초연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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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 피란민 철수 다룬 창작극
부산·거제·김포서 6회 무료 공연
출연·기술진 130여 명 대형 무대
영화 기법 도입 첫 영화 오페라

천주교 부산교구에서 연락이 왔다. 초연의 창작 오페라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공연을 알려달라는 거다. 그런데 주최는 부산교구가 아닌 거제문화예술회관이다. 이 오페라 내용 속에 구원의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피란민 1만 4000명을 구한 화물선이다.

빅토리호 사건은 여러 기적이 누적된 사건이었다. 60명 정원의 화물선에 1만 4000명의 피란민이 탔다는 것, 그 많은 피란민 중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한 기적이었다. 배가 거제에 도착했을 때가 12월 24일 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2박 3일간 항해 중 그 배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난 것도 고난 속에서 생명이 약동한다는, ‘강한 은유’와 ‘명백한 섭리’의 사건이었다.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이 기적의 사건이 드러낸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사진) 선장은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서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고 말했다. 그는 1954년 마리너스라는 이름의 수도원 수사가 됐다. 이후 그는 기적을 이끈 그 손길을 묵상하며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창작 오페라는 기적의 생환 과정과 마리너스 수사를 기억하는 내용이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을 아울러 130여 명의 출연·기술진이 만든 이 대형 오페라는 7월 1~2일 을숙도문화회관, 7~8일 거제문화예술회관, 22~23일 김포아트빌리지에서 무대에 올려진다. 오픈씨어터 이혜경 대표가 총감독을 맡았고, 이용주 중견작곡가가 오페라를 썼다.

이번 오페라는 거제문화예술회관(관장 장은익) 기획으로 국비 3억 5000만 원을 확보해 제작 가능했다고 한다. 올해 최초로 만들어진 ‘2022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 유통 협력 지원 사업(총 예산 85억 원)’에서 221건의 경쟁 응모작 중 최종 24건의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지역에 기반해 역사 문화 콘텐츠를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는 사례로 읽힌다. 영상과 사운드 등에서 영화 기법을 도입한 최초의 영화 오페라인 이 공연은 많은 관람을 위해 무료로 진행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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