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관 잠그자 ‘석탄발전 회귀’하는 EU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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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축소에 대응해 유럽이 다시 석탄으로 ‘유턴’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차원에서 석탄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긴급조치를 19일 발표했다.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예비전력원으로 남겨뒀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가스를 판매하는 경매 시스템을 실시해 천연가스 소비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독일, 석탄발전 재가동 긴급조치
겨울 대비한 가스 비축 방안 일환
오스트리아 ‘마지막 화력’ 재가동
네덜란드, 2024년까지 풀가동키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이날 발표된 방안들이 법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겨울에 대비해 천연가스를 최대한 비축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절대적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석탄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건)고통스럽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면서 일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러시아가 서방 국가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이에 역행하는 조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자국과 독일을 연결하는 발트해 관통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의 가스 공급량을 60%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은 천연가스 부족으로 인한 겨울철 난방비 급등을 예방하기 위해 자국 내 가스 저장시설을 10월까지 최소 80%, 11월까지는 90%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독일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총 저장능력의 54% 수준이라고 하베크 부총리는 전했다.

다만, 석탄화력발전이란 카드까지 꺼내드는 상황임에도 독일은 탈원전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현지 일간 ‘뮌히너 메르쿠어’와 한 인터뷰에서 독일의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지는 오래 전 결정된 사항이라면서 예정대로 탈원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뿐 아니라 다른 유럽국에서도 탈탄소 정책이 흔들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오스트리아 정부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재가동 대상은 남부도시 멜라흐에 있는 발전소로 오스트리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2020년 초에 문을 닫은 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다.

20일 가스위기 1단계를 선포한 네덜란드도 석탄발전소 가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환경 문제를 이유로 석탄발전을 35%까지 줄였지만, 2024년까지는 석탄발전소를 다시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1일 가스기술위원회를 개최한다. 이탈리아는 러시아가 계속해서 가스 공급을 억제한다면, 이번 주에 가스에 대한 경계 고도를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석탄발전소의 생산량 증가, 선택된 산업 사용자에게만 가스 공급,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 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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