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64. 한국불교의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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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사람 몸을 한 소와 돼지가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든 채 고기를 앞에 두고 입맛을 다시는 간판을 봤다. 대체 무슨 가게인가 했더니, 쇠고기 돼지고기를 파는 고깃집이었다. 참 괴기스럽기도 하다. 저런 기괴함, 혹은 부조화는 아마 공감력이 떨어져서 나타난 것일 터.

‘대구, 경북 지역은 불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찬란했던 신라불교가 고스란히 전승돼 현재 한국 불교의 메카로 불리고 있다.’

이런 기사도 살짝 괴기스럽다. ‘메카’에 ‘어떤 분야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의 동경·숭배의 대상이 되는 곳’이라는 뜻이 있기는 해도, 그래도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이자 이슬람교 최고의 성지인 것도 분명한데, 한국 ‘불교의 메카’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금도라는 게 있는데….(하지만, <한국불교 메카 ‘대구’에서 불교문화의 정수를 만나다…‘2022불교문화엑스포’ 4월7일 개막>이라는 제목을 불교신문TV 유튜브채널에서 보고 나니 좀 머쓱해지기는 한다.)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부조화스러운 것으로는 이런 말도 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3년 만에 론칭한 신인 걸그룹 엔믹스(NMIXX)가 가요계에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출사표는 ‘출병할 때에 그 뜻을 적어서 임금에게 올리던 글’이다. 중국 삼국시대 때 촉의 재상 제갈량이 위나라를 토벌하러 출병하며 임금에게 바친 글에서 유래했다. 그러니 출사표에 어울리는 서술어는 ‘올리다’나 ‘내다’쯤인 것. 한데, 하도 많이들 ‘출사표를 던지다’로 쓰는 판이라 결국 국립국어원도 관용 표현으로 인정해 ‘출사표를 내다’와 같은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에 올리고 말았다. 하지만, 유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출사표를 던지다’에 깜짝깜짝 놀라는 것. 많이 쓴다고 무조건 관용 표현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부산 기장군…현장 적응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태어난 미역을 맛볼 수 있다.’

이 기사에도 부조화스러운 단어가 하나 있다. 표준사전을 보자.

*태어나다: 사람이나 동물이 형태를 갖추어 어미의 태(胎)로부터 세상에 나오다.(좋은 가문에서 태어나다./장남으로 태어나다….)

이러니, 태어난다는 건 사람이나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일인 것. 미역은 그냥 ‘생산하다, 나다’ 정도면 족했다.

아, 그리고, 저 위에 쓰인 ‘금도’도 부조화스러운 말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금도(襟度):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병사들은 장군의 장수다운 배포와 금도에 감격하였다.)

즉, 금도는 ‘지켜야 할 어느 선’이 아니라 ‘포용력’인 것.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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