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러 원유 수입 대폭 늘려… 제재 효과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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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등 미 언론 “인도, 25배 이상 급증”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원유 수입을 줄였지만, 오히려 인도와 중국이 수입을 늘리면서 제재 효과가 반감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석유업계의 고위 임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정부 관리들이 수입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원유 가격 인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독려 중이라고 WSJ에 밝혔다.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전보다 25배 이상 급증했다. 6월 들어 인도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 러시아산 우랄유는 브렌트유보다 최대 배럴당 37달러 싸게 거래돼 인도로서는 자국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압박을 일정 부분 완화하고,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는 등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NYT에 따르면 중국 또한 5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전월 대비 28% 증가하면서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처로 부상했다. 한국과 일본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였지만 감축량은 중국과 인도가 구매한 물량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NYT는 전했다.

케이플러의 빅토르 카토나 분석가는 “아시아가 러시아 원유 생산을 구했다”며 “러시아 원유 생산이 더 줄기는커녕 팬데믹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3∼5월 유럽에 하루 평균 55만 4000배럴을 덜 보냈지만, 같은 기간 아시아에는 하루 50만 3000배럴을 더 수출했다. 아시아 수출 증가분이 유럽 감소분을 거의 상쇄한 것이다.

인도와 중국이 서방의 제재 노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이 12월부터 러시아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을 금지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지 미지수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러시아가 아시아로 하루 약 300만 배럴을 운송하는데 필요한 선박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인도와 중국의 국영 보험회사가 보험을 지원하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우회하는 인도 기업들의 회피 수단도 진화하고 있다. 선박 운항 정보업체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엘란드라 데날리’라는 이름의 한 선박이 지난 3일 인도의 한 국영 석유회사 소유 정유시설까지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날랐으나, 이 선박은 한 번도 러시아를 들른 적이 없다. 대신 이 선박은 지브롤터 인근 바다 위에서 흑해와 발트해의 러시아 항구들에서 출발한 3척의 다른 유조선으로부터 해상에서 다양한 화물을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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