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수록 더 멀어지는 여야…‘입법 공백’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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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뒤틀리기 시작한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협상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쟁점은 더 늘어나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폭로전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여야가 좀처럼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말 시작된 ‘입법부 공백’ 사태는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22일 대선 당시 고소·고발을 취하하자는 요구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 세미나에서 “(민주당이)계속 원 구성과 관계 없는 조건을 붙인다”고 야당의 협상 태도를 겨냥했다.

책임 떠넘기기에 폭로전 까지
국힘-민주 감정싸움으로 격화
권성동 “민주, 헌소 취하 요구”
박홍근 “없는 사실로 공격 말라”

그는 “첫 번째가 우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악법 국면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민주당이)취하해 달라고 한다”며 “떳떳하면 왜 취하해 달라고 하냐”고 말했다. 이어 “대선 과정의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데 우리가 한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한 것”이라며 “이재명 살리기를 위해 정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며 “없는 사실까지 얘기하면서 공격하는 것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인가”라고 받아쳤다. 이와 관련,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이라는 이름조차 거명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양당이 고발한 게 있다.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를 취하하는 게 어떤가라는 의사를 타진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오후 들어서도 감정 섞인 설전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인천시당 워크숍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의 사과 요구에 대해 “사과할 게 뭐 있느냐”며 “그 한마디에 삐지면 되겠나. 협상 과정을 어제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다 까발려서 우리도 대응했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박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그렇게 가벼운 말들을 연거푸 쏟아내서 되겠느냐”며 “소꿉장난 하는 게 아니잖나”라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장외 신경전이 하루 종일 이어지면서 이날 오후 예정했던 원내대표 간 회동은 이뤄지지 못했다.

양측은 전날에도 협상 경과에 대해 각자 유리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핵심인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와 관련, 민주당은 법사위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고, 국민의힘은 원 구성 타결을 먼저 한 뒤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법사위 기능 조정을 논의하자는 주장으로 맞섰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검수완박 법안 관련 국민의힘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하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 역시 평행선을 그렸다. 여기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진상규명 이슈도 원 구성 협상 테이블에 새로 등장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고, 민주당은 거부했다. 양측 모두 상대의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맞불 전략’으로 쟁점을 하나씩 늘려 나가는 형국이다.

여야는 내부적으로 협상 타결 시점을 이달 내로 설정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협상 경과를 볼 때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후반기 국회가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은 300개가 넘은 상황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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