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97그룹’ 주축 재선 의원들, ‘이재명 후퇴론’ 공식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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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주자들이 대거 포진한 재선 의원 모임에서 사실상 이재명 상임고문 2선 후퇴론을 공식화했다. 전재수·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 등이 97그룹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 고문 주변에서는 세대교체론을 등에 업은 당내 97그룹이 특정 계파의 대리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는 터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패배 책임자 불출마 촉구”
전대 앞두고 당내 갈등 커질 듯
친문 핵심 전해철 불출마 선언

민주당 재선 모임 대변인 격인 송갑석 의원은 2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당대회에 관한 당 재선의원 입장’이라며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파정치 청산이 우리 당의 핵심 과제임을 직시하고, 전대가 계파 간 세력 싸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며 “전대를 통해 혁신과 통합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패배 책임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름은 빠졌지만, 이 고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송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재선 의원 48명 가운데 34명이 이날 해당 ‘입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1명은 반대했다고 한다. 재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을 포함해 4차례 정도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나머지 13명은 별도 의견을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찬반 의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모임을 앞두고 재선 의원들이 이 고문의 불출마 등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원론적인 차원의 ‘온건한’ 입장만 나온 셈이다. 당권 경쟁이 계파 간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와, 이 고문이 당권을 확보했을 때 향후 공천 등에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저는 이번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다"며 "민주당의 가치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나갈 당 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친문계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돼온 전 의원의 당권 포기는 사실상 이 고문의 동반 불출마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비친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8월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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