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낚시면허제 도입 고려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홍열 한국해양대 해양경영경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에 처음 낚시를 접했다. 공부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가족들과 가까운 호수에 놀러 가곤 했었는데, 호수에서 낚시꾼들이 잡은 이국의 낯선 물고기들에 호기심이 생겨 낚시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낚시한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먼저 낚시면허증부터 구입해야 했었고, 면허증과 함께 주는 규정집에는 고기마다 잡을 수 있는 크기와 시기,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마릿수 등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또 낚싯대를 사러 갔더니 점원이 낚싯대보다는 고기 크기를 잴 수 있는 줄자를 먼저 골라주었다. 대충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낚시를 시작하니 정말 눈앞이 깜깜해졌다. 처음 낚시를 하다 보니 고기 한 마리 잡을 때마다 규정집을 펼쳐놓고 고기 종류를 확인하고, 길이를 재보고 했는데 그림만 보고 고기를 식별하기 어렵고, 그림도 없이 고기 이름만 써놓은 것도 많았다. 결국 고기 잡을 때마다 들고 다니면서 옆의 낚시꾼들에게 물어보고 확인해야만 했었다. 왜냐하면 1990년도 초반인 당시에도 규정을 어기면 고기 1마리당 20여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었고, 밤낚시를 하고 있으면 새벽 1, 2시에도 감시원이 찾아와서 면허증과 살림망을 검사하고 잡은 고기를 일일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몇 시간 만에 겨우 고기 1마리를 잡아도 길이가 조금만 초과하면 미련 없이 놓아주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잡히는 고기들도 식별되고, 규정도 숙지하면서 초기의 어려움이 차츰 없어졌다. 그리고 미국낚시가 편해질 무렵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귀국 후 가끔씩 낚시하다 보면 미국과 너무나도 다른 낚시 환경에 놀랄 때가 많다. 미국서는 낚시 활동을 다방면에서 엄격히 규제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도 자유방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미국서는 아무 장소에서나 고기를 잡고 자르고 다듬지 못하게 하였는데, 여기서는 아예 낚시하면서 옆에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손질해 소주랑 같이 먹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더구나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뿌려대는 떡밥과 환경에 유해한 온갖 낚싯줄, 비닐, 플라스틱 등 엄청난 쓰레기가 바다로 계속 유입되는데, 이를 규제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낚시 활동이 아무런 규정도 없이 개인 양심에만 맡기는 것이 정상일까? 낚시면허제는 1971년부터 도입하려다 반발이 심해 지금까지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한 TV의 낚시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전국적으로 낚시 열풍이 불고, 낚시터에는 청년이나 커플들이 낚시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앞으로도 점점 더 낚시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낚시면허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낚시면허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 환경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모든 연령층에 일률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당분간은 소득이 없는 노년층은 간단한 교육만 이수하면 면허증을 내어주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등산이나 혹은 다른 취미생활과의 형평성을 예로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낚시만큼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살아있는 생명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취미활동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낚시 인구가 줄고 관련 산업이 축소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낚시터를 깨끗이 유지하여 낚시 활동이 다음 세대에도 지속 가능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낚시면허제를 도입한 국가에서 면허제로 인해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되거나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해양 환경을 지켜나가는 일에 관련된 정부 부처들은 공청회라도 개최해 국민들에게 면허제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