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도 버거운데 환율까지… 더 짙어진 경제 불황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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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초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쌓여 있는 수출입 컨테이너. 김종진 기자 kjj1761@

23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으로 1300원을 돌파하면서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원화값이 떨어져 똑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돈을 더 줘야 한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 1301.8원 기록
5월 수입물가 전년 대비 36.3%↑
소비자물가 13년 만에 최고 수준
경기 둔화 속 금리 인상 가계 부담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수준 100)는 원화 기준으로 153.74로 작년 같은 달보다 36.3% 상승했다.

그러나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137.88, 달러 기준으로는 136.80으로 각각 1년 전보다 23.1%, 20.5% 상승해 오름폭이 더 작았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 물가의 오름폭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전월 대비로 보면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 3.6%,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0.9% 각각 올랐다.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은 증가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무역적자 폭은 확대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수입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393억 6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증가했다.

이 기간 수출은 3238억 97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5.4% 증가했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웃도는 양상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6월 수입 증가율(40.9%)이 수출 증가율(39.7%)을 상회한 이후 수입 증가율은 월간 기준 12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154억 6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올해 경상수지가 지난해보다 증가 폭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나라 통화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의 통화도 약세여서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대신 수입 물가를 올리는 등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 통화정책의 긴축도 가속화되면, 우리 실물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이미 실물 경제에서는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지수,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감소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기록한 건 2년 2개월만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기업에 모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가뜩이나 규모가 커진 가계 부채의 부실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융불안지수(FSI)가 3월(8.9) ‘주의’ 단계(8이상 22미만)에 들어선 뒤 4월(10.4%)과 5월(13.0)에도 같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불안지수 자체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긴급 간부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복합위기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경제 연구기관장들과 만나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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