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일하고 싶다는 청년 내친 도시의 미래 ‘안 봐도 유튜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일보 주니어보드 '요즘것들'

올해 초 인터넷에서 인상 깊은 글을 봤다. ‘수도권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는데 누가 알을 낳겠나’라는 한 누리꾼의 탄식이었다. 수도권은 집값이 너무 비싸고 지방은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들이 출산커녕 결혼조차 않는다는 자조가 녹아 있는 비유였다.

당연히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의 집값에 대한 성토가 주된 반응이겠거니 넘겨짚었다. 하지만 웬걸. 해당 글에는 먹이를 찾지 못한 지방 청년들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내가 사는 지방에서 취업 박람회가 열렸는데 아르바이트 자리뿐이더라.’ ‘전공 관련 일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그중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짧은 문장에 눈이 멈췄을 때는 애통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청년들 눈 너무 높다”는 편견
20~30대 “고향 등지기 싫다”
간절한 외침도 투정으로 치부
일자리 정책 변화 체감 어려워
지역 기업 경쟁력 키울 지원을

3년 전 기자(28)는 ‘부산청년 미래보고서’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부산대 정문 앞에 부스를 열고 무작위로 청년들과 만난 적 있다. 그때도 청년들은 ‘부산을 떠나고 싶지 않다’ ‘일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타지역으로 간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들의 눈이 너무 높다’는 인식과 달리, 당시 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 넘는 청년(55%)은 4000만 원 이하의 연봉을 희망했다. 심지어 원하는 직장도 대기업(16%)보다 중소기업(25.4%)을 꼽았다. 이달 공개된 부산상공회의소의 지역 청년 설문 결과에서도 부산 20~30대 청년(통계에선 ‘MZ세대’라고 했지만 청년들은 자신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의 77.5%가 적정 임금과 일자리만 있다면 부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수년이 흘렀지만 부산 청년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여전하다.

더 많은 기회와 성공을 바라며 수도권으로 가는 청년도 있다. 그들을 막을 방법도, 그럴 이유도 없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건 고향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이다. 이들은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지방 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급여 수준만 조금 개선된다면 정착할 의지가 얼마든지 있다. “부산에서 일하고 싶어 급여와 근무 환경 모두 눈을 낮춰 봤지만, 도저히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수도권에 있는 직장에 취업한 친구가 자신의 축하 자리에서 웃음 대신 한숨을 내쉬며 뱉은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다.

오늘날 지방의 사활은 일자리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2019년부터 국내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청년 세대를 포함한 부산 인구는 끝을 모르고 감소 중이다. 공무원,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민간 영역에서 도통 일자리가 없다. 제조업 규모도 예전만 못하다. 먹이를 찾지 못한 새가 다른 숲을 찾아 떠나듯, 청년들도 부산 밖으로 내몰린다.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투정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안 그래도 ‘노인과 바다’인 부산에 남게 될 건 ‘바다’뿐이다.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수년간 청년이 체감한 변화는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다. 공공 주도의 기업 유치보다 외부 기업이 스스로 오고 싶도록 규제 혁신, 인센티브 강화 등 실질적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 역량 있는 부산 중소기업의 직원 처우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부산 청년들은 부산에서 살고 싶다. 살고 싶은 이마저 내쫓는 도시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는 ‘안 봐도 유튜브’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