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가오는 최악 인플레 위기, 윤 정부 물가 대책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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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올 7월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키로 했다. 4인 가구의 경우 매달 1500원 이상의 전기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같은 달 도시가스요금도 큰 폭으로 올라 가계부담은 훨씬 커질 것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지만, 그에 따른 고통은 서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운영 비용도 연쇄적으로 급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안 그래도 고공행진 중인 물가는 더욱 상승 압박을 받게 되고,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하는 서민들의 기대는 아득히 멀어지게 됐다.

IMF 위기 때처럼 6%대 고물가 시대
총체적 대응으로 국민에 신뢰감 줘야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8일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한 상황”이라며 “굉장히 빠른 오름세”라고 경고했다. 이 부총재는 특히 지난 5월 5.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는 6%를 넘어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의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인인데, 전문가에 따라서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의 도미노 현상으로 7%대 상승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형편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만 물가 안정을 위한 뾰족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가 현장을 꼼꼼히 살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미 서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물가로 집집마다 난리가 났는데 이제야 각 실무 부서에 물가 안정 방안을 고민하라니, 국무총리로서 현실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 그런가 하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물가 상승세를 심화할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재계에 요청했다. 물가 상승이 임금 탓이고 그 책임은 노동자가 져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물가 대책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인가 싶어 개탄스럽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쳐오는데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정도에 머무는 자세는 지나치게 한가한 것이다. 물론 현재의 국내 물가 상승이 국제유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투명한 외부 환경 속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은 정부에게서 그런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전방위로 엄습하는 위기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정부가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 책임자들이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달라”라는 무책임하고 공허한 말만 되풀이한다면 국민은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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