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부산 바다만큼 다채로운 ‘미술’에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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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아트

여름휴가가 다가온다. 부산시민이든 타지 사람이든 휴가지로 부산을 선택했다면, 당신의 휴가 일정에 ‘시원한 전시장에서 작품 관람’을 추가해보자. 예술로 마음까지 힐링하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부산의 공공미술관 두 곳에서 열리는 재미난 전시를 소개한다.

■여가를 찾아서

‘엄근진’ 미술관은 가라. 부산시립미술관 3층에서 열리는 ‘나는 미술관에 ●● 하러 간다’에서는 춤을 추고 피아노를 칠 수 있다. ‘스스로에게 필요한 진정한 여가를 찾아가는 안내서’ 같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형 전시이다. 인트로에서는 작품 ‘시험 시간’을 통해 현대인의 64가지 여가 유형 중 ‘나의 여가 유형’을 알아볼 수 있다. 둘째 방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과 함께 배움클럽이 진행되는 공간. 7월에는 전시작 ‘천태만상 인생순삭’을 만든 옵티컬레이스의 김형재 시각디자이너(13일)와 김혼비 작가(27일)의 강연이 열린다. 세 번째 방은 관계를 생각하는 공간. 매월 마지막 토요일 조영주 작가의 퍼포먼스에 관람객도 퍼포머로 참여할 수 있다. 7월에는 2일(토)에 한 번 더 진행된다. 김종학의 ‘바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다 보면 그림 속 바다가 일렁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방에는 현대무용가인 안은미 작가의 ‘자화자찬’이 전시된다. 남의 시선은 생각하지 말고 음성 안내에 따라 자신만의 춤을 즐기면 된다.

▶10월 16일까지.



■어린이도 즐거운

부산시립미술관 2층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Ⅳ-이형구’는 몸에 대한 탐구(부산일보 6월 24일 자 15면 보도)가 돋보이는 전시이다. 도널드덕, 구피, 미키마우스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골격을 재현한 작품은 어린이에게도 인기가 있다. ▶8월 7일까지.

지하 1층 어린이갤러리의 ‘각진 원형: 김용관’은 각진 도형을 자르고 붙여 원에 가까운 도형으로 바꿔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진 도형은 현실의 모습이며,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이상적 세상은 원형에 가까운 도형으로 표현된다. 사각형을 네 종류의 모양을 가진 13개 조각으로 나눠 재배치하면 십이각형이 된다. 회전하는 시계를 본뜬 다각형 애니메이션 ‘변의 수가 12의 약수인 도형들로 이루어진 시계(6배속)’도 재미있다. 어린이 교육공간에 있는 모듈형 테이블을 움직이면 사각형이 팔각형으로 바뀐다.

▶2023년 2월 26일까지.



■7월 1일 ‘정보’ 공개

작품 제목도 작가 이름도 없는 전시.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1에서 열리고 있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이야기다. 동시대 예술을 접하는 많은 이들이 외부 정보에 기대어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작품 자체보다 작가 이름값, 제목, 과도한 해석 등 작품 외적 요소가 더 힘을 얻는 것에 대한 비판 의식도 반영됐다. 정보 없이 전시된 작품 90여 점이 관람객의 자율적 감상을 유도한다. 회화·조각·사진·영상·설치·음악·글 등 다양한 전시작 중에는 선배가 후배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서 낸 작품도 있고, 길에서 주워온 페인팅도 있다. 어디까지 작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화두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의 전시 감상평도 중요하다. 전시 시작 1주일 만에 감상평이 1000개가 넘을 정도로 관객 참여도가 높다. 정보가 없는 전시의 정보는 ‘7월 1일’에 공개된다. 각 작품 옆의 종이를 복권처럼 긁으면 작가명, 작품명, 제작 연도, 작품 설명이 나온다. 전시 정보 공개 전후의 관람객 감상평 비교는 향후 도록에 포함될 예정이다. ▶7월 17일까지.

■미디어아트&뉴미디어

부산현대미술관의 시계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든다. 미술관 지하전시실에서 열리는 ‘새로운 매개들-부산 미디어아트의 시작과 계보’는 2000년대 전후로 시계를 돌린다. 1990년대 초 매체이론연구회를 시작으로 초기 부산의 미디어아트 작업은 그룹 활동으로 전개된다. 이제는 중견이 된 작가들이 초기 인터넷, 컴퓨터, 비디오를 미술작업에 접목한 원작과 재현한 작품을 보여준다. 새로운 예술적 시도에 눈을 반짝였을 작가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박상호의 ‘낙원’, 정우용의 ‘빛들의 정원’, 박상원의 데생 애니메이션 작업 등이 인상적이다. ▶7월 10일까지.

소장품 기획전 ‘그레이박스 이후: 수집에서 전시까지’는 뉴미디어 작품의 새로운 소장 개념을 모색하는 전시다. 미술관이 뉴미디어 작품을 구매하면 매뉴얼 기술서가 따라온다. 디지털 파일 형태의 작품을 어떻게 소장하고 전시할 것인지, 메타버스·NFT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작품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 미술관이 겪고 있는 소장의 문제를 전시로 풀어냈다. 부산현대미술관, 다른 미술관, 작가 소장품을 함께 전시하며 미술관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7월 17일까지.



■거대한 ‘을숙도 쇠백로’

부산현대미술관 야외공원에서는 환경을 위한 야외 파빌리온 프로젝트 ‘Re: 새-새-정글’이 열린다.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폐플라스틱의 재생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로, 이웅열 디자이너와 곽이브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재생플라스틱 모듈러 1만 5000개를 이용해 을숙도를 찾아오는 철새 ‘쇠백로’의 형태를 만들었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모듈러를 의자, 테이블 등 다른 실용품으로 재조립할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지하에 있는 어린이 독서공간 책그림섬(사전예약제)과 1층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작품 ‘Yourself is sometimes a place to call your own’도 추천한다. 거대한 조각 작품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독특한 체험이 기다린다. ▶10월 23일까지.

최근 뜨거운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역 갤러리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 김종학 같은 대가부터 지역 중견 작가의 개인전,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 젊은 작가, 주목할 만한 청년작가를 소개하는 기획전, 대안공간 전시가 다양하게 열린다. 바다도 보고 전시도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의 전시(표)도 챙기면 부산에서의 여름휴가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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