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에 주민이 책임 있게 관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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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정 부산복지개발원 지역통합연구부장

올해는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지역사회보장계획을 세우는 해이다.

벌써 5번째 세우게 되는 이 계획은 2026년까지 4년간의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지역복지를 디자인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2014년부터는 복지 외에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이 포함되어 주민 삶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간의 지역사회보장계획은 형식적, 의무적으로 수립되었을 뿐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삶을 변화시키는 이정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많은 경우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주민이 참여하기보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외부용역으로 진행되었다. 때로는 특정 용역기관이 다수의 계획을 수주하여 사업 내용이 대동소이하여 계획의 충실성이 문제되기도 하였다. 계획수립 과정에서도 소득격차가 심한 지역, 저소득층 밀집지역 등 지역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근원적으로 주민참여가 제한된 한계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기본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어떤 주체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일련의 과정이 중요하다. 주민 간 숙의를 거쳐 전략을 짜고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실행계획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주민이 참가하지 않고 만들어진 계획은 행정계획 일뿐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로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치분권 시대, 복지를 둘러싼 환경은 변하고 있다.

과거, 사회로부터의 도움이나 복지는 극빈자들을 위한 것이라 여겼던 자립심 강한 이들도 이제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감염병의 출현은 가족과 여성들이 무급노동으로 메꾸어 왔던 일상에 대한 돌봄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현금 지원만으로 해결할 없다. 상담, 교육, 돌봄 같은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

지역의 사회문제는 국가나 타지역 문제와는 다르다. 따라서 주민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 책임 아래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구체적 사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구·군은 지역사회보장계획을 홍보하고 주민들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 주민 8000명을 대상으로 지역사회보장조사를 실시하여 기본적인 욕구를 파악하였다. 정책 아이디어 공모, 주민간담회, 전문가 면접조사, 구군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한 주민의견 수렴, 공청회, 계획 공고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더 다양한 주민 참여 방안이 마련되어 실질적인 주민 삶의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

주민들의 책임있는 관여는 지역주민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지역을 바꾸는 핵심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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