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에 국내 대기업들 해외 투자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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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미국 투자 전면 재검토 현대차그룹도 상황 예의 주시

새 정부 출범 이후 총 1000조 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국내 대기업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환율 급등 여파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를 재검토하거나 대안 마련에 들어가는 등 투자계획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플랜B'(대안책)를 마련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중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할 예정이던 1조 7000억 원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월 신규 공장 투자계획 발표 당시 1213.8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착공을 앞둔 최근에는 130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비용이 2조 원대로 껑충 뛰자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과 규모, 내역 등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총 1000조 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업계 등은 해외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거나 건설을 추진 중이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20~22일)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6조 3000억 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공장 착공을 위해 사전 준비 중인 현대차는 예정대로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17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만해도 투자금액이 20조 원 규모였으나 한율 상승으로 2조 원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는 다만 미국 법인에 유보된 달러 자금을 우선 활용하기 때문에 당장 환율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며,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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