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치동맹’ 기치 내건 한국 외교 리스크 관리도 만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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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32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일 귀국한다.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은 한국 정상으로는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해 세계의 자유와 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기회이자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동맹’에의 동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를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지목하고 중국을 안보와 가치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명시하는 ‘2022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국제 안보 지형의 거대한 변동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는 의미도 짚어볼 수 있겠다.

윤석열 정부, 나토 ‘중국 견제’에 가세
대외 정책 변화 정교한 계획 뒤따라야

우선 나토 참석을 계기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구도에서 탈피하려는 우리 정부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수출 호황을 이끌었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고 원자력 발전과 방위산업 등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유럽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신경제·안보 전략의 대체적인 얼개로 보인다. 10여 국 정상과의 잇단 양자 회담 등 다자 외교에 초점이 맞춰진 윤 대통령의 외교 데뷔전은 경제·외교 정책 기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을 대체할 전략적 대안을 유럽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은 미국에 이어 경제·안보 협력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더한다.

관심을 모았던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한·미·일 정상회담이 4년 9개월 만에 재개된 것도 안보협력 체제 복원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3국 정상은 대북 제재 공조 논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외화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단호하고 엄중한 대처는 당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재와 억제, 압박 같은 강경 수단에만 매몰되지 말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전략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이 나토로 상징되는 서방 쪽에 한 걸음 더 발을 담그게 되면서 중국·러시아발(發)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이런 대외 정책 변화가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반중·반러 정책의 고착화’ 우려에 대해 반박하고 있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균형 잡힌 외교 노선을 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한국으로서는 깊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도 중국과 대립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할 신중한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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