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사클러스터 완성의 필요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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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항발전협의회 운영위원

부산은 해사클러스터를 거의 완성했다. 한국해양대학을 축으로 영도 동삼동 매립지에 바다 관련 많은 공공기관이 자리를 잡았다. 해양수산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대표적이다.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해양종합금융센터 및 해양진흥공사도 부산에 있다. 그렇지만 아직 부산 해사클러스터는 완성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울 소재 해운선사들이 부산에 이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법률 분야의 보강을 위해 해사법원도 부산에 설치되기를 바란다. 현재까지 진행된 부산 해사클러스터는 공공기관 위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용의 창출이나 매출의 증대를 위해서 민간 부문의 해운선사가 부산에 오면 좋다. 조선소와 선주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일본 이마바리 해사클러스터의 예를 보아도 역시 민간 분야의 집적이 부산에 이루어져야 한다.

안 오겠다는 해운사 강요보다
선주사 부산 육성이 좋은 대안
해사법원 유치 경쟁도 재고 필요
두 개 동시 설치 때 경쟁력 높아

해운선사는 운송 계약이라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므로 화주들이 있는 경인 지역에 있기를 원한다. 이마바리 해사클러스터에도 운항사(해운선사)는 도쿄에 존재하고 선주사만 이마바리에 있다. 굳이 희망하지 않는 해운사를 부산에 끌어오려고 할 필요가 없다. 해운사의 이전보다 시너지 효과가 더 큰 선주사를 부산에 육성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된다. 민간형 선주사는 선박의 소유, 선원의 고용, 기자재 부품 공급, 선박 수리 등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이미 부산에 집적이 잘된 분야이다. 이전에 ‘오션 뷰’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마바리 선주사들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선주업을 부산에 이룰 수 있다. 장차 300척의 선주사들을 부산에 육성하면 약 5조 원의 매출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 공공기관 중심의 부산 해사클러스터는 민간 중심의 선주사를 부산에 육성함으로써 완성될 것이다.

해사법원은 해상 사건을 전담하여 처리하는 법원이다. 그런데, 반드시 부산에만 해사법원이 설치되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법관은 순환보직을 한다. 2~3년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긴다. 해사법원제도는 해상법에 전문인 법관이나 해상변호사를 선발하여 전문성을 높여 신속하게 판결해서 수요자들에게 만족을 주려고 한다. 해사법원을 부산에 하나만 두면 판사들이 순환보직으로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일반법원으로 가야 한다. 그 순간에 그들의 전문성은 떨어지게 된다. 해사법원 두 개를 동시에 설치해야 해사법원 판사들을 잃지 않으면서 순환보직을 할 수 있다. 부산해사법원에 근무하던 판사는 서울해사법원으로 가고, 서울해사법원에 근무하던 판사는 부산해사법원에 가서 근무 후 다시 돌아오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해사법원제도는 전국의 해사사건을 해사법원에서만 존속적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부산에만 해사법원을 설치하면 인천이나 서울의 피고가 모두 부산으로 와야 한다. 하루에 8시간을 꼬박 사용하게 된다. 변호사의 법률비용 청구도 엄청 높아진다. 서울에만 설치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들게 되면 수요자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사건을 가지고 가게 된다. 현재처럼 자신의 주소지인 인천, 강릉의 지방법원이 해상사건을 담당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좋다고 수요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면 해사법원은 서울(혹은 경인지역)과 부산에 동시에 두 개가 설치되어야 맞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이미 서울이 아니고 싱가포르와 홍콩이 아니던가? 서울에 해사법원이 있는 것이 부산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가? 서울은 항구가 아니기 때문에 해양수도 부산의 경쟁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튼튼한 서울의 존재는 해양수도 부산에 플러스 요인이다. 경쟁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부산 해사클러스터의 완성은 곧 일부 타 지역의 공동화를 의미한다. 타 지역에 있던 공공기관 등이 부산으로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해사클러스터의 어두운 그림자를 간파하고 소외받은 자들을 배려해야 한다. 부산 해사클러스터가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타 지역의 사람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은 이미 부산에 집중되었다. 각종 관련 세미나도 서울보다 부산에서 절대적으로 더 많이 행해진다. 서울의 해운선사 직원들은 KMI와 같은 연구기관을 방문하지 못하니 각종 해사 관련 자료를 구하거나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 어디에 있든 해양수산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도 국제경쟁력을 부산이 갖도록 함에 부산 해사클러스터 운동의 목적이 있지 않는지? 이제는 소외된 지역을 어떻게 배려하고 도울지 고민하고 실천할 때가 되었다. 타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부산은 우리나라의 해양수도를 넘어서 진정한 글로벌 해양수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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