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은 넘보지 말라… 선수·여성·나이 순 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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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의원회관에도 ‘로열층’이 있다. 채광과 전망이 좋고 상임위원회 사무실과 가까운 4층이 바로 그곳이다. 같은 층이라도 어느 방향이냐에 따라서 선호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예상외로 ‘좋은 방’을 선점하기 위한 눈치 싸움은 거의 없다. 이미 주인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9대 시의회 의원회관은 새 주인 맞이로 분주했다. 9대 시의원들은 이날 임기 시작과 동시에 각기 배정된 방에 입주했다.

4층, 채광 좋고 상임위 가까워 로열층
방 배정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 없어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원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선수, 여성, 나이 순으로 의원회관 4층 1호부터 1층 8호까지 배치됐다. 2~4층은 11개 호실이, 1층은 3개 호실(106~108호)이 의원 사무실로 쓰인다. 선수가 같으면 여성, 성별이 같으면 나이 순으로 좋은 방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의원 간 합의가 이뤄지면 방을 바꿀 수 있다. 연임한 시의원에게 기존 방을 그대로 쓰게 해 주는 것도 관례다.

9대 시의회도 의원회관 4층은 재선인 최도석(서2) 시의원과 7명의 여성 시의원 등이 차지했다. 규정에 따르면 유일 재선인 최 시의원이 401호에 입주해야 하지만, 당사자 합의에 따라 401호는 배영숙(부산진4), 406호는 최 시의원이 쓰기로 했다. 윤리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배 시의원은 별도 특위 위원장 사무실이 있지만 특위가 가동될 때만 해당 사무실을 쓸 예정이다.

반면 채광이 덜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1층은 2030세대 초선인 반선호(민주·비례), 송현준(국힘·강서2), 이준호(국힘·금정2) 시의원이 입주했다. 비선호 층이어서인지 1층은 의원 사무실이 적고 의전창고, 특별전문위원실 등 공통 사용 공간이 많다. 1층에 있던 윤리특위 위원회 사무실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번에 5층으로 옮길 예정이다.

4층에 입주했던 한 7대 시의원은 “통풍도 잘되고 늘 밝아 사무실에 오는 횟수도 늘고 이에 따라 활발한 의정활동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7대 시의원은 “저층도 조용한 성격의 의원들은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실외 흡연구역이랑 가까운 저층도 흡연자들에겐 인기”라고 말했다.

자신의 방이 규정에 따라 정해지다 보니 이를 둘러싼 잡음은 거의 없다. 시의회 관계자는 “방 배정에 대한 이의제기는 없을뿐더러 방을 바꾼 사례도 단 1건”이라면서 “위치에 따른 선호도가 있기는 하나, 6·1 지방선거 직후 고장났던 냉·난방기도 모두 고치는 등 방 컨디션은 모두 좋다”고 말했다.

관행적으로 다선·실세 의원이 방 배정 우선권을 가지는 국회의 경우 총선이 끝나자마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한강뷰나 대통령, 총리, 국회의장 출신이 썼던 방의 경우 공통으로 선호도가 높고,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518(5·18민주화운동), 615(6·15 남북공동선언) 등의 호실도 인기다.

한편 차기 의장단·상임위원장단에 내정된 다선·재선 의원은 5일 임시회에서 최종 선출될 때까지 사무실 없이 지내야 한다. 의장실, 부의장실, 상임위원장실이 자신들의 집무실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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