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보호관 홍보물 ‘엉터리 복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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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군 인권보호관 출범 홍보영상 속 해군 여장교가 대한민국 해군 규정에 어긋나는 복장을 입은 채 등장해 논란이 인다. 군내 부조리를 척결하겠다며 새로 출범한 제도를 홍보하는 영상이었던 만큼 국가인권위가 영상물에 보다 세밀한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17일 군 인권보호관 제도를 홍보하는 41초짜리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개정되며 지난 1일 출범한 군 인권보호관은 군대 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등을 담당하는 기구다. 영상은 5일 오후 5시 기준 조회 수 32만 7400여 건을 기록했다.

유튜브 영상에 나온 출연자 군복
넥타이·견장 등 현행 규정과 달라
누리꾼 “철저한 검증 없어 아쉽다”
국가인권위, 편집 후 새 영상 게재

문제는 홍보 영상에서 해군 여장교 역할을 맡아 등장한 출연자의 복장이 오류 투성이었다는 점이다. 군인의 복장은 ‘군인복제령’을 통해 군모, 제복, 군화, 계급장 등의 구체적인 종류와 형태가 엄격하게 관리된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해군의 상징인 흰색 하정복을 입고 등장한 출연자의 넥타이, 견장, 정모 형태는 현행 대한민국 해군 복제를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엉터리 정복을 입은 여장교는 영상에서 10초가량 등장했다.

영상 속 여군은 검은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는데, 현행 해군 복제에서 여군은 넥타이가 아닌 검은색 리본을 착용한다. 검은색 넥타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여군의 복제로 알려져 있다.

어깨에 부착된 견장 역시 정체불명이다. 해군 견장은 대령부터 소위까지는 검은 바탕에 그어진 노란색 직선의 수와 두께로 계급을 표시한다. 그러나 인권위 영상에 등장하는 여군은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사선이 표시된 견장을 달고 있다. 한국해양대 해사대학 학생 복장에서 노란색 사선이 견장에 쓰이기도 하지만, 영상 속 여군의 견장에 표시된 사선과는 방향이 다르다.

영상 후반 여군이 착용한 정모도 실제 해군 정모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해군 여장교 정모에는 앵커(닻) 2개가 교차된 모습의 표식이 부착돼야 하는데, 영상 속 여군이 쓴 정모 표식에는 앵커가 1개뿐이다. 또 실제 여군은 차양이 위쪽으로 꺾인 형태의 정모를 착용하는 반면, 영상 속 여군이 착용한 정모의 차양은 꺾여 있지 않다. 여장교의 왼쪽 가슴께 부착된 약장도 실제 해군 약장과 거리가 멀다.

일부 누리꾼은 영상 속 여장교의 복장을 지적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군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군 인권에 대해 말해 달라”며 “영상에 틀린 것 투성이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병사들 샘당(수병복을 지칭하는 은어)도 예전 복장이거니와, 특히 해군 여군 장교는 정모, 정복, 견장, 기장(약장) 하나도 안 맞다”고 지적했다.

군복단속법에서는 군인이 아닌 사람의 군복 착용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국가 시책에 따른 공익을 위한 활동이라면 군복 착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특히 군 인권보호관 제도가 2014년 윤 일병 사망 사건과 2021년 공군 부사관 고 이예람 중사 사건 등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군내 부조리 해결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국가인권위가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국가인권위는 <부산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상황 파악에 나섰고, 영상 속 문제가 되는 부분을 편집해 6일 오후 새 영상을 게재했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홍보 영상은 외주 작업을 통해 제작됐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군도 실제 군인은 아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영상 제작기간이 촉박해 검증이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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