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방사 붉은여우, 400㎞ 이동 해운대 달맞이고개 서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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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연구원이 경북 소백산에 방사한 붉은여우 한 마리가 약 400km 거리를 이동해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원연구원은 달맞이고개 일대가 여우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포획단을 파견했지만 아직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후 9시께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에서 여우로 보이는 동물을 봤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서 여우를 확인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날 해운대구청 당직실로도 “여우를 봤다”는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 구청은 달맞이고개로 야생 멧돼지 포획 기동단을 출동시키기도 했다.

“중동서 목격” 119 등 신고 잇따라
구청, 포획단 파견했지만 못 찾아
“사람 공격 사례 없지만 주의 필요”

달맞이고개에서 목격된 여우는 지난해 3월 경북 영주시 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난 붉은여우 수컷이다. 붉은여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공원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 일환으로 붉은여우 30마리를 소백산국립공원(경북 영주시)에 방사했다. 이 가운데 수컷 한 마리가 강원도 동해시로 이동했고, 지난달 초 해운대구 달맞이고개까지 내려온 것이다. 붉은여우가 이동한 거리만 370km가 넘는다. 공원연구원 측은 장거리 이동은 여우의 습성으로 붉은여우 암컷은 가족과 군집해 생활하지만, 수컷은 단독으로 생활한다고 밝혔다.

붉은여우는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1960년대 ‘쥐잡기 운동’ 등으로 먹이가 줄자 개체가 급감해 현재는 절멸될 위기에 놓였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붉은여우 복원사업을 벌여왔고 현재 야생에 74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붉은여우는 몸이 전체적으로 붉고 꼬리가 길다.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원연구원 측은 달맞이고개 일대가 로드 킬을 당할 위험 등으로 붉은여우가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포획을 위해 직원 2명을 파견했다. 다행히 붉은여우 목에 GPS가 달려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획은 사람들이 쫓는 방식의 경우 로드 킬 우려가 있어 먹이를 놓은 포획 틀로 잡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공원연구원 직원들은 한 달째 붉은여우를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인근 ‘캣맘’들이 먹이를 주는 경우가 잦아 먹이가 놓인 포획 틀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공원연구원 측은 붉은여우를 마주쳤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먹이를 주는 등 관심을 주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관계자는 “붉은여우는 야생에서 설치류를 먹는데 고양이 사료 등을 먹으면 야생성이 사라진다”면서 “해당 개체는 달맞이고개 일대가 안정적인 먹이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보고 거주하고 있으므로 시민들은 별도의 먹이를 주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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