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인권과 행복권 차원에서 바라본 빈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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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루스 리스터

한때 ‘벼락거지’나 ‘하우스 푸어’ ‘ 카 푸어’ 같은 말이 유행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한국사회에 웬 거지가 이렇게 많다는 말인가. 이 같은 빈곤은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을 나타내는 수사이다. 아직도 하루에 수백, 수천 명의 아이들이 굶어죽어 가는 아프리카의 현실에 비춰 보면 한국의 빈곤은 오히려 ‘엄살’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여전히 반지하 단칸방에 살며 끼니를 겨우 이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마디로 ‘빈곤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 가난이고 무엇이 가짜 가난일까?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역,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빈곤의 정의가 필요하다. 그 정의에 따른 빈곤의 측정이 우선돼야 한다. 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숫자로만 표현되는 측정이 아니라 빈곤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빈곤의 이해는 ‘정확한 수치’ 집계나 측정을 위한 뾰족한 정의에 국한하지 않는다. 저자는 좁고 초점이 뚜렷한 정의는 빈곤의 규모와 심도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포착한 빈곤의 현실이 얄팍한 묘사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질적인 곤란이라는 빈곤의 중심에 대해, 이 책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빈곤 이해 관점들을 다채롭게 보여 준다. 큰 틀에서 빈곤을 관계, 상징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보완해야 하며 빈곤 문제를 인권과 시민권, 행복과 인간 번영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런 다각적 이해를 동반할 때, 빈곤 문제의 해법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므로. 루스 리스터 지음/장상미 옮김/갈라파고스/384쪽/1만 85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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