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다 떠나고 ‘고립무원’… ‘파티게이트’ 영국 총리 결국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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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PMQ)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내각 줄사퇴가 이어지며 최악의 위기에 몰린 존슨 총리는 이날까지만 해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지만, 7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임기 내내 논란을 몰고 다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사임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장관과 참모 등 측근 44명이 줄줄이 하차한 가운데 이미 후임 총리 하마평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존슨 총리의 사임 발표 2시간 전에는 무려 8명의 장관이 무더기로 사임해 존슨 총리를 ‘고립무원’ 상태로 몰고 갔다.

BBC는 이날 “보리스 존슨이 오늘 보수당 대표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선으로 새 보수당 지도자가 정해지는 가을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닉 깁 전 장관은 "당 대표뿐 아니라 총리도 사임해야 한다"면서 "그는 신뢰와 권위를 잃었기 때문에 총리 권한대행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루스 데이비슨 전 스코틀랜드 보수당 대표도 "10월까지 버틴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방역 위반이 결정타
재신임 투표서 가까스로 회생
성 비위 인사 임명 논란까지 겹쳐
최근 장관·참모 44명 줄줄이 하차
전방위 사퇴 압박 ‘사면초가’ 몰려
리즈 트러스 장관 등 차기 물망

존슨 총리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단호하게 버티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각이 붕괴할 지경에 이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각료 의원들 수십명이 침몰하는 '존슨호'에서 잇따라 탈출했고 남은 장관들마저 존슨 총리에게 쫓겨나기 전에 고이 사임하라고 권했다.

앞서 보수당 거물 고브 장관은 전날인 6일 존슨 총리에게 “이제는 그만둘 때”라며 자진 사퇴를 권고했고 이에 화가 난 존슨 총리가 “큰 논쟁이 있을 때 뱀처럼 구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하며 그를 해임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존슨을 향한 전방위 사퇴 압박은 점점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날 그는 총리실 관저에서 장관들로부터 “보수당에서도 신임을 잃었다”며 사퇴를 권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CNN방송은 6일 존슨 총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놓은 그동안의 ‘헛발질’을 모아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법률과 절차를 존중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아전인수격으로 규정을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총리 취임 직후인 2019년 8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의회의 휴회를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존슨 총리는 당시 브렉시트 관련 논란으로 정치권의 혼란이 극심해지자 여왕에게 5주간 의회 휴회를 요청했다. 여왕은 이 요청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여왕의 휴회 결정을 ‘불법’으로 결론 내렸고, 여왕에게 불법적 선택을 강요한 존슨 총리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올 초부터 정가를 강타한 ‘파티게이트’ 논란은 존슨 총리에게 결정타를 안겼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임을 전면 금지한 상황에서 정작 총리가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급격히 확산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인 지난해 4월 16일 밤에도 총리실에서 떠들썩한 환송 파티가 열렸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경찰은 방역 규정 위반을 이유로 존슨 총리에게 범칙금을 부과했다. 총리가 임기 중 법률을 어겨 범칙금을 부과받은 사상 초유의 사례였다. 당은 이 일로 존슨 총리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추진했지만 그는 지난달 6일 진행된 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최근 성 비위 이력을 알면서도 측근인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하원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존슨 총리의 정치 생명은 ‘회복 불가’ 상태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NYT)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 등을 유력 차기 주자로 소개했다. 이 밖에 2019년 존슨의 당내 경쟁 상대였던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 사표를 던져 존슨 총리에게 큰 타격을 안긴 수낙 전 재무장관 등도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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