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지방대가 혁신한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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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계는 혁신 경쟁 시대이다. 실리콘밸리의 발전에서 잘 엿볼 수 있다. 20세기 초 해군 연구기술기지가 있던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은 HP, IBM, Apple과 같은 거대 하이테크 기업이 집적한 세계적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빅테크, 소프트웨어 시대인 요즘엔 미국 시애틀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사뿐 아니라 아마존도 본사를 시애틀로 옮겼고 구글·페이스북·애플까지 경쟁적으로 사무실을 냈다. 세계지적재산기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세계혁신지수 순위에서 스위스·스웨덴·미국은 세계 1·2·3위에 올랐고, 북유럽의 핀란드·덴마크 역시 7위와 8위의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스위스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 본사 및 공장이 대개 인구 20만 명에도 못 미치는 작은 도시에 골고루 입지해 있다. 스웨덴은 수도 스톡홀름보다 웁살라·시스타 등 지방에 혁신환경을 조성하고, 산업-대학-정부 간 나선형의 강고한 결합인 ‘삼중 나선(Triple Helix)’을 강조하였다. 핀란드는 수도 헬싱키 외에도 오울루·탐페레 등 8개 대도시권에 혁신 기반인 전문특화센터를 구축하여 기업-대학-정부 간 산학협력을 촉진시켜 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지식기반경제에서 공공이 위험부담을 적극 담당해 주는 북유럽식 모델이 더 큰 강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은 혁신을 통해 성장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까지 달성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글로벌 기업 본사 중소도시 입지

북유럽 모델 균형발전까지 달성

반도체 인력 수도권 대학 증원

지방대 몰락 부추기는 결정타

비수도권에 공공기관 2차 이전

대학 주도 혁신 거점 조성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 부족과 관련해 교육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여 사실상 수도권 대학의 관련 분야 증원 필요성을 강하게 압박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학을 인구집중유발 시설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목적에 배치된다. 수도권대학의 첨단학과 증원 허용은 지방대의 몰락을 부추기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인구 감소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대학과 지방대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에는 세 가지가 존재한다. 먼저 시장적 구조조정론으로 입학자원 급감에 따른 문제를 평가와 입시 결과로 낮은 순위 대학을 걸러 내는 방식이다. 이는 입지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묵인하고 입지 취약 대학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는 지방대 연명론(延命論)이다. 그저 지방대가 어려우니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셋째는 고등교육 혁신 재편론으로 현재의 대학 문제를 미래 혁신적 방향과 연계하여 대학체제를 개편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과학기술 등 우수고등교육 인력 양성의 과제를 수도권 집중과 지방 과소화 문제, 과도한 대학 서열화와 비합리적 경쟁체제, 입학자원의 급감 문제 등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다.

고등교육 혁신 재편론은 첫째,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델처럼 고등교육을 연구 중심, 교육 중심, 직업·평생교육 중심의 세 가지 기능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연구 중심 대학은 학부 정원을 대폭 줄이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필요한 대학원 중심의 고급 전문인력을 육성하여 연구역량 기반의 초격차 혁신국가로 이행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교육 중심대학은 종합대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대 필요의 특화인력에 주력하고, 전문대학은 직업교육·평생교육의 거점교육 기관으로 기존 고졸 신입생뿐 아니라 중장년인력의 인생 다모작 교육까지 지원하여 모든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평생직업 능력을 뒷받침하게 된다. 이 경우 대학의 정원 축소는 불가피한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감축하여 비수도권에만 위기가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급인력 양성의 광역적 대처를 위해 5+2의 메가시티 지역 중심의 공유대학플랫폼을 구축하여 상호협력적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전국 최초 특별자치단체 출범을 앞둔 부울경부터 앞장서면 좋을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사립대학은 정부 지원형 사립대로 전환하여 OECD 최저 수준의 고등교육 공적 기능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넷째, 비수도권에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하되 산학관의 결합이 가능한 K-테크노폴리스를 만드는 일이다. 수도권 소재 약 200여 개의 공공기관과 270여 개의 투자·출자회사를 비수도권으로 이전시키되 프랑스 전역에 분산된 71개 경쟁력거점처럼 만들어 대학이 이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형 혁신거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견월망지(見月忘指)란 말이 있다. 시대는 대학 개편을 통한 혁신국가의 달을 보라는 것인데 수도권 반도체 학과 증원만 고집한다면 손가락만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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