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기현 미묘한 신경전…당권 도전 물밑 행보 분주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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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당 모임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의원. 김종호 기자 13일 당 모임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의원. 김종호 기자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의원 모임을 띄우며 세몰이에 나서는 형국이다. 경찰 수사 결과 등 향후 이 대표 거취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몸풀기 행보를 보이면서 당권 경쟁이 물밑에서 막을 올린 셈이다.

 영남권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13일 오전 공부 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행사를 열고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의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행사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됐지만 주호영·정우택·안철수 등 40여 명 안팎의 현역 의원이 참석, 정책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물러가고 우리 당을 국민이 지지해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라며 “비상시국에 위기를 잘 극복해 새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린 김 석좌교수를 초청한 것도 정치적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역시 유력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전날(12일) 토론회에도 현역 40여 명이 왔다. 이틀 연속 열린 의원 공부 모임에 소속 의원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참석한 것이라 당 내부에서도 이미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경우 공개적인 모임을 주도하지 못하지만 당의 ‘원톱’으로 전면에 나서, 흔들리는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차기 당권에 다가서려는 기류가 강하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 역시 공무 모임을 준비 중이고, 차기 당권 출마를 검토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조만간 공부 모임을 재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조용한 세몰이 양상은 지난달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만든 포럼에 최대 인파인 현역 60여 명 집결, 세를 과시한 이후 본격화한 측면이 있다. 일단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의 총성이 울리지 않은 탓에 당권 주자들의 경쟁이 표면화하지 않았지만 벌써 미묘한 신경전은 감지된다.

 김기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당적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고, 자신은 “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켜온 뿌리 정신”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과 자신을 각각 ‘굴러들어 온 돌’과 ‘박힌 돌’로 대비하며 당을 위해 헌신한 자신의 입지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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