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절반 감축 의결에 주민들 "입주자대표회의 일방적 결정"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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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동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견 수렴·투표 절차 없이
인력 절반 줄이는 안건 통과
주민들 “일방통보 반대” 반발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내부 게시판에 붙은 경비원 감원 의결 내용. 주민 제공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내부 게시판에 붙은 경비원 감원 의결 내용. 주민 제공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인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하자 주민들이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13일 사하구 다대동 한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올 4월 아파트 경비인력 35명을 절반인 17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5일 아파트 내부 게시판에 다음달부터 경비원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는 이 같은 의결 내용을 공고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 감원의 이유로 관리비 절감을 꼽았다. 17개 동 2960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는 세대당 약 7만 원의 관리비를 낸다. 경비원을 절반 이상 감원하면 세대당 한 달 9000원 정도 관리비를 줄일 수 있고 연간 4억 원이 절감된다는 것이 입주자대표회의 측 설명이다.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다. 주민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나 주민 투표도 없이 경비원 감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이유이다. 일부 주민들은 직접 나서 경비원 감원 반대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작년에도 경비원 감원 논의가 있었는데 주민들 반대로 무산됐다”며 “다수의 입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데,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 의견을 묵살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경비원 감원 문제를 주민 투표에 부치는 안건을 낼 계획이다. 부산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입주민 20명이 서명을 통해 안건을 제시하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효율적인 아파트 관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다만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만큼 오는 18일 경비인력 조정에 대한 다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고령화된 경비원으로는 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경비원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아낀 예산으로 젊은 직원을 더 고용하는 게 경비에 더 도움이 된다”라며 “다만 다수의 주민들이 계속 반대하면 해당 안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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