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회 연속 금리 인상, 기업 위축 불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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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포인트(P)를 단번에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2.25%로 뛰어올랐다. 기준금리가 2%를 넘은 건 2014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재 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려도 긴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으로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은, 기준금리 0.5%P 빅스텝 단행

서민·기업 보듬는 정책 마련 시급


빅스텝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우려하던 대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찍었다. 6%대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3%대에 들어선 뒤 불과 8개월 만에 두 배가 될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 곧 7%대 진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원인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재료비·연료비 증가 탓이어서 뾰족한 대책도 찾기 어렵다. 물가 급등을 주도하고 있는 석유류 가격 상승(39.6%) 외에도 돼지고기, 수입 소고기, 배추 등 농축산물 및 외식비 등 체감되는 생활물가지수는 7.4%나 상승했다. 서민들이 얇아진 지갑조차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이어질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기업에는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859조 원에 이른다. 가계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더 내야 할 이자가 연간 13조 원이 넘는다. 기업들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3조 9000억 원 늘어난다. 향후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사태를 견뎌 냈던 소상공인·자영업자조차 불황과 자금 부담 급등이란 이중고로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 거품이 꺼지면 집값 폭락과 금융 부실, 기업 활동 위축에 따른 마이너스 경제성장 등 후폭풍마저 닥칠 수 있다.

정부는 사상 유례 없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취약 계층의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빚으로 근근이 버티는 서민의 삶을 연쇄 파산 등 막다른 골목에서 구할 수 있는 대안이 절실하다.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기업은 위기를 이겨 낼 수 있도록 정책자금 지원도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가계를 파탄으로 몰아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우려도 높다. 정부는 가계부채와 기업의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인상과 재정 지원 등 경제 정책을 유기적으로 펼쳐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서민과 소상공인·자영업자, 기업을 보듬을 수 있는 정교한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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