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험대 오른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태우 라이프부 차장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뒤끝이 매섭다. 2년 넘게 우리의 일상을 질식시키며 유례없는 고통을 안겨줬던 코로나가 이대로 호락호락 물러갈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인류를 향한 코로나의 반격은 예상보다 날랬고, 기세 또한 날카롭다.

지난달 들어 1만 명 아래로 내려앉으며 안정세를 보였던 국내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 자는 이달 4일 1만 명을 넘어선데 이어, 2주 연속 더블링(2배로 증가)하면서 13일에는 4만 명을 돌파했다. 사실상 6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셈이다. 코로나 선별검사소마다 다시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편의점과 약국에서는 자가진단키트가 동나고 있다고 한다. 영업시간 단축, 사적 모임 제한, 등교 제한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현되는 건 아닌지 시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 인파가 해수욕장 등 휴양지로 대거 몰리면서 부산은 코로나 위기감이 한층 높아진 실정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따른 코로나 재유행

경기침체 맞물려 한층 혹독한 고통 예고

데이터 기반 ‘과학방역’ 공언해 온 새 정부

방역·일상 ‘두 토끼’ 잡아 실력 입증해야


무엇보다 코로나 재유행을 둘러싼 현재의 환경이 코로나 발생 초기나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했던 올 초와 비교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코로나 재유행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가 주도하고 있다. BA.5의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백신에 대한 면역 회피성이 좋고,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2~3배 강했는데 BA.5는 그런 오미크론보다 50%가량 전파력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히는 홍역에 비견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코로나에 감염돼 어느 정도 자연 면역력이 형성된 사람들도 재감염될 수 있어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 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여기에 더해 BA.5보다 더 센 변이로, 일명 ‘켄타우로스’라고 불리는 BA2.75가 인도와 미국, 호주, 유럽 등으로 번지고 있어 국내 유입이 시간문제다. BA2.75가 국내에 유입돼 BA.5와 함께 맹위를 떨칠 경우 올 초 오미크론 대유행 같은 ‘국가적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

코로나와 또다시 총력전을 펼치기에는 우리 경제 체력이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유례없는 유동성 잔치가 끝이 나면서 이에 대한 응당의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하는 가혹한 계산서가 청구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환율도 뛰면서 가뜩이나 얇은 지갑이 더 굳게 닫힌다.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끌어다 쓴 영세 자영업자나 주택 구입 막차를 탔던 ‘영끌족’들은 금리 인상 러시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경제 빙하기’가 닥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코로나 위기를 힘겹게 버텨 내면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고강도 통제 조치를 통해 코로나 확산세를 완화시킬 수야 있겠지만, 시민들이 또다시 그 같은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우선 다행스러운 것은 우세종이 되고 있는 BA.5의 감염 시 치명률과 중증화율이 기존 오미크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BA.5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흐름에 동반해 국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추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4차 접종이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65%에 이르는 부스터샷 접종률과 습관화된 개인 방역도 사망 위험을 낮추는데 어느 정도 방패막이 돼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 초기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올해 3월 하루 최대 60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위기 상황에서도 의료시스템 붕괴 없이 극복해냈던 경험도 코로나의 재공습에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든든한 참호다.

현 정부여당은 이전 문재인 정권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K방역’을 ‘과도한 정치 방역’이라며 평가절하해 왔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방역’을 그 대안으로 공언해 왔다. 이제 실력으로 그 말을 입증해야 할 때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백신 추가 접종과 감염자 격리, 치료에 만전을 기해 코로나 확산세를 막고 치명률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통제를 최소화해 불안에 떨고 있는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다독여야 한다. 일상과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황금률을 ‘과학’을 기반으로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고통 분담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정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시험대에 오른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출범 두 달 만에 30%대까지 떨어진 국정수행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