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태초의 빛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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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고대 이집트인들은 해가 뜨기 직전 시리우스가 나타나면 농사를 준비했다. 시리우스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로 오리온자리 왼쪽 아래에 위치해 있다. 이집트인들에게 나일강 범람은 중요한 자연현상이었는데 시리우스의 규칙적 움직임으로 그 시기를 맞춘 것이다. 아날로그시계가 12시간으로 나눠진 것도 시리우스 기준으로 밤을 열두 등분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에게 별은 생존과 직결됐고 상상력의 근원이었다.

망원경으로 하늘을 본 최초의 인간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갈릴레이는 1609년 어느 가을밤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을 확인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을 뒤엎고 지동설을 증명했다. 고대 그리스의 천동설 천문학이 막을 내리고 태양 중심의 새로운 천문학이 시작된 것이다. 인류의 천체 관측은 과학적으로 진화해 보다 선명하고 정확하게 우주를 보기 위해 1970년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자는 데 이른다.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이 발사된 것은 20년 후인 1990년 4월 24일의 일이었다. 허블은 30년간 인류에게 수많은 우주 정보를 제공하며 우주 탐사의 새 역사를 썼다. 허블을 대신할 차세대로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발사된 것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다.

JWST가 보내 온 첫 우주 관측 사진이 11일과 12일(현지시간) 공개되면서 우주의 탄생과 진화,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새 우주 시대에 대한 기대로 천문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JWST 사진에는 135억 년 전 초기 은하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추정돼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 실마리로 기대를 모은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에선 그로부터 3억 년 후 은하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인류는 13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태초의 빛 생성 과정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JWST는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대기에 수증기가 존재하고 있음도 확인해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별로 길흉화복을 점치던 인류는 이제 태초의 빛을 관찰하며 우주 탄생의 비밀에 접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JWST에 이어 유럽우주청은 2023년 유클리드망원경을 쏠 예정이고 중국도 쉰톈을 발사하려 한다. 앞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중력파 우주망원경도 등장한다. 인류가 우주 탄생의 비밀에 다가가는 일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주 탄생인 빅뱅 이전의 우주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스티븐 호킹은 이에 대해 ‘아무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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